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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페드컵 준결승과 결승, 빅재미!




축빠로서 펠레를 최고의 축구선수로 꼽는 의견에는 전혀 동의할 수 없지만(대신 마라도나는 인정할 수밖에 없다), 펠레가 한 말 중 '가장 재미있는 축구 스코어'로 3:2를 이야기한 것 하나는 동의한다.

우리나라 시간으로 오늘 새벽에 끝난 컨페더레이션스컵의 준결승과 결승은 모두 '펠레 스코어' 3:2로 경기 결과가 갈려 빅재미를 주었다. 그것도 선제골을 얻어맞고 끌려가던 팀이 역전을.

결승전은 아쉽게도 생중계를 못봐서 뉴스를 통해 결과만 봤지만, 준결승(알고 보니 SBS에서 중계한 경기도 생방은 아니었더군 -_- 그래도 사전에 결과를 알진 못했으니)은 후반 5분 동안 세 골이 터지며 그야말로 새벽잠을 확 달아나게 했다.

준결승은 이전 유로 대회의 패자 자격으로 참가한 스페인과 개최국 남아공이 붙었는데, 스페인은 아프리카 국가들과 붙었을 때 경기가 더 재미있는 것 같다.

아직도 생생한, 98 프랑스 월드컵 '죽음의 D조' 스페인과 나이지리아의 경기가 기억난다. TV로 본 축구경기 중 가장 박진감 넘쳤던 바로 그 경기!

스페인에는 라울과 함께 루이스 엔리케, 과르디올라, 이에로 등에다 수비사레타 골키퍼가 있었고, 나이지리아에는 카누, 오코차, 아가호와 등이 있었다.

2:2 무승부로 끝날 것 같던 경기 막판, 스페인 문전에서 흘러나온 볼을 나이지리아의 선데이 올리세가 득달같이 달려들면서 대포알 같은 중거리 슛! 볼은 수비사레타의 손을 스치면서(그리고 오른쪽 골 포스트도 스치면서) 골이 되었다.



이후 스페인은 이 첫 경기에서 패한 것이 부담이 되어 조별 리그 마지막 경기였던 불가리아(가 맞을 것이다. 기억이;;)전을 6:1로 대승했지만 2라운드 진출에 실패했다.

그런데 이번 컨페드컵에선 스페인이 웃었다. 후반에 남아공에 먼저 한 골을 얻어맞은 뒤 불과 1분 간격으로 구이사가 두 골을 따라붙은 게 89분의 일. 이제 다 끝났다고 생각할 무렵, 스페인 문전 약 30미터 정도의 거리에서 프리킥을 얻은 남아공. 후반에 골을 넣은 음펠라가 거침 없이 질러댄 볼이 스페인의 골망을 흔들고 경기장은 일약 광란의 도가니탕으로 변했다.

연장 후반에 얻은 프리킥을 사비 알론소가 멋지게 성공시켜 결과는 3:2로 스페인의 승리.

정말 오랜만에 큰 재미를 준 경기였다. 그리고 가뜩이나 무섭게 생긴 스페인의 델 보스케 감독이 웃는 건 처음 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