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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둘기, 쥐둘기를 어찌할꼬




이젠 그저 단순히 인디밴드라고 이야기하기에도 무안할 정도로 유명해진, 언니네 이발관. 그들의 1집 앨범 타이틀은 바로 '비둘기는 하늘의 쥐'였다. 이 앨범이 나온 게 1996년인데, 비둘기는 그 옛날부터 그렇게 뭔가 귀찮은 존재였고, 그런 모습이 가장 극적으로 희화화된 케이스는 MBC에서 방영했던 드라마 '안녕, 프란체스카'에서 '닭둘기'로 불리게 된 것이었다.

환경부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보는 집비둘기를 유해 동물로 판정해서, 바로 오늘부터 인위적인 포획을 가능하게 했다. 환경부가 내놓은 야생동물 보호법 시행규칙 개정안에선 비둘기로 피해를 본 사람은 지방자치단체장의 허가를 얻어 '사냥'에 나설 수가 있다고.

개인적으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비둘기 똥을 팔뚝에 맞은 적이 있는데(;;) 당장 화장실로 달려가서 벅벅 씻어냈지만 뭔가 찜찜한 기분이 한 일주일 정돈 지속됐던 걸 기억한다. 이렇게 수많은 공식/비공식 피해를 끼치니 유해동물로 지정되지.

그런데 조금 다른 각도에서 생각할 필요도 있을 것 같다. 수백 년 전의 건축물을 관광 명소로 활용하는 유럽에선 비둘기 배설물로 인한 피해가 극심해지자 인위적으로 개체 수를 줄이기 위해 나선 것이 꽤 오래 전의 일인데, 비둘기 모이에 피임약을 넣는 등의 방식을 사용했는데, 사실 그렇게 성공적이진 않았다고.


그렇다면 비둘기 개체 수 줄이기에 성공한 사례는 없을까? 있긴 있다. 도심지에 비둘기가 창궐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먹이가 풍부하기 때문이다. 이에 착안하여 스위스의 관광 도시 바젤은 '비둘기 모이 주지 않기 캠페인'을 벌여 1990년대 초에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었다고.

그리고 비둘기 유해야생동물 지정에 반대하는 움직임도 있긴 하다. 근거는 비둘기로 인한 질병의 유행 등은 비과학적인 속설 등에 의한 것으로, 인위적으로 잡아 죽이는 것은 효과도 별로 없을뿐더러 인권(동물권?)과 환경을 중요시하는 현대 사회의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는 것 등이다. 위의 움직임은 비둘기가 전혀 무해하다고 하는 게 아니라, 다만 비둘기를 잡는 방식을 조금은 덜 폭력적으로 하자는 것으로 생각하면 되겠다.

그리고 이번 포스팅으로 조금 검색을 해보니, 비둘기도 천적이 있다. 바로 얼마 전 인터넷에서 '황간지'로 유명해진 황조롱이.


사실 자연 생태계를 유린하는 가장 큰 주범은, 사람이다. 자연계의 모든 먹이사슬 구조는 완만한 피라미드 형태로 되어 있는데 그 어느 부분인가에 사람이 끼어들면 자연의 섭리가 어그러지는 것. 그렇다곤 해도 전국에 깔린 수많은 닭둘기, 쥐둘기들은 이제 자신들의 생명이 (공식적으로)경각에 달렸다는 사실을 알고는 있을까.

닭둘기, 쥐둘기들을 어찌할꼬.

P.S: 그리고 또 하나, 이번 포스팅을 준비하면서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환경부가 지정한 유해야생동물에는 멧돼지와 늑대, 들개 등 일반적(?)인 동물들 외에 참새와 까치도 포함되어 있더군. 세상에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