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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c

악몽을 꾸다




새벽에 정말 생생하고도, 무서운 꿈을 꿨다. 도저히 계속 잠을 이룰 수가 없어서 PC를 켜고 이 생생한 꿈을 그대로 옮기고 있다. 위 이미지는 헨리 푸셀리의 작품 '악몽'.

일단 꿈은 3인칭과 1인칭을 오가고 있다. 대부분 사람들은 꿈이 1인칭 시점이라고 하는데, 글쓴이는 3인칭의 꿈을 많이 꾸는 편이다. 이번 꿈에선 1인칭의 비율이 평소보다 훨씬 더 많았다.



약 30명 남짓, 중학교~고등학교 정도로 보이는 아이들이 외딴 섬으로 수련회 비스무리한 걸 떠난다. 섬으로 떠나는 배의 갑판에서 뛰노는 아이들이 대부분 키가 나보단 작았던 걸로 봐서 꿈 속에서 내 역할은 인솔교사 정도였던 것 같다.

그리고 섬에 도착. 작은 섬이라곤 하지만 베이스캠프로 사용하는 학교도 있고, 거대한 방앗간(으로 보이는 건물)도 있고 작은 규모의 교회 같은 건물도 있다. 그리 작은 섬은 아닌 모양이다. 단, 그 모든 건물들은 현재는 완전히 버려진 것들로, 완벽한 무인도. 그러니까 영화 '배틀로얄'의 그 섬 정도를 생각하면 되겠다.

첫 날의 스케줄을 마치고 다음날이 되었다. 다음날 폐교의 작은 운동장에 모두가 집합하는 시간이다. 무슨 이유 때문인지 그 집합 시간에 살짝 늦은 나는 뒤늦게 멀리서 모두가 모인 광경을 보고 허겁지겁 뛰어가려고 하는데, 바로 그 순간 사건이 일어난다.

그렇다. 인솔교사들은 무자비한 살인마였던 것이다.

그 학살의 현장에서 이 살인마들이 어떤 무기를 썼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멀리서 지켜본 학살의 광경이 굉장히 끔찍하고 잔인했던 걸로 미루어 칼, 낫 등이었던 것 같다(B급 영화를 좀 끊든지 해야지, 이거야 원).

뒤도 안 보고 걸음아 날 살려라 도망치는데, 이 살인마들이 내 뒤를 쫓기 시작한다. 수풀을 헤치고 허겁지겁 산으로 들어가니, 커다란 방앗간 비스무리한 건물이 있어 그 안으로 몸을 숨겼다.

근데 이 방앗간이 희한한 게, 굉장히 커다란 규모(중세의 성 하나 정도의 크기)이고, 여기엔 고시원 방 하나 정도 크기의 방이 매우 복잡한 미로로 연결되어 있다. 그러니까 아직 심장이 콩닥콩닥 뛰고 있는 상황에서 방 하나에 몸을 숨기고 있으면, 멀리서 나를 추격하는 발소리가 탁탁탁 들리고, 그 소리를 들으면 또 복잡한 미로를 통해 다른 방으로 가서 몸을 숨기는 일이 반복되는 것이다.

그렇게 약 이틀 동안 몸을 숨겼던 것 같다. 배도 무지 고프고 잠도 제대로 못 자서 극도로 피폐해진 상태. 근데 좀 웃기는 게, 나를 쫓는 살인마들은 2시간에 한 번씩 팀을 바꿔서(?), 방 하나에 들어가서 딱 2시간이 지나면 또 다른 방으로 옮기고 하는 일을 반복했다. 이 과정에서 내가 숨어있던 방에서 코너 하나를 두고 살인마들이 얼굴을 쭉 빼서 살피기도 했다!

도주극이 진행되는 도중, 역시나 방 한 곳에 숨어있는데 발소리가 들렸다. 그래서 또 다른 방으로 가서 숨어야지 하고 있는데 이번에 들린 발소리는 살짝 달랐다. 거기다 내 이름까지 부르는 것이다. 나를 도와주러 온 사람들로 직감하고 스스로 소리가 나는 쪽으로 나가서 그들을 맞았는데,

정말 웃기는 장면이 연출되었다. 나를 구하러 온 구조대(?)는 완벽한 검은색 정장에다 권총, 개인 송수신 시스템까지 완비한, 할리우드 액션 배우 스타일의 덩치가 큰 흑인 남성(-_-)이고 풍성한 금발의 백인 여성(점점...), 그리고 SWAT팀 복장의 대원들이었던 것. 이 상황에서, 윌리엄 골딩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소설 '파리대왕'을 원작으로 한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 떠올랐다. 맥이 탁 풀렸던 것.

그들과 함께 이 복잡한 미로의 방을 빠져나가 베이스캠프 폐교로 향했다. 그런데 그 폐교는, 내부 구조는 이전과 똑같았지만 모든 시설이 초현대식으로 싹 바뀐 것이 희한했다. 하여튼 뜨거운 물로 목욕을 하고, 식사를 했다.

그러면서 구조대의 대장으로 보이는 흑인 남성과 대화를 나눈다.

"모든 사태는 평정되었습니다. 안심하십시오"
"그렇습니까. 고맙습니다"
"단 하나, 아직 해결하지 못한 일이 있습니다"
"뭡니까?"
"저희가 (시체들의 숫자를)파악한 바, 어린이 하나가 빕니다"
"무슨 소리죠?"
"...아직 어린이 하나가 이 섬 어딘가에 숨어 있다는 이야깁니다"

난 벌떡 일어섰다.

"빨리 찾으러 나가야죠!"
"아직 당신은 몸 상태가 완벽하지 않습니다. 무리하지 마십쇼"
"무슨 소리! 당신 같으면 이러고 있겠소?"(아쭈?)


하여튼 그래서 남은 한 명의 생존자를 찾으러 구조대와 함께 나갔다. 예의 그 방앗간에 들러, 방방마다 돌아다니며 이름을 불렀다. 꽤 오랜 시간이 흐른 다음, 결국 생존자를 찾았다. 찾았는데,

그 생존자는 내 중학교 동창. 정작 학교 때 그리 친하게 지냈던 기억은 없는데도 얼굴과 이름, 그리고 심지어는 자주 입고 다니던 옷까지 그대로 꿈 속에서 재현(?)되어 있는 것이다.

그렇게 생존자를 찾아 구조대와 함께 베이스캠프로 돌아오니, 이번엔 취재진들까지 모여있다. 취재진들은 나에게 어떤 일이 있었냐고 물어보는데 난 아무런 대답 없이 침실로 들어갔다.

그러곤 꿈에서 깨어났다.



누구 해몽에 자신 있으신 분?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