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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K리그 최고와 최악의 시나리오



2009 K리그는 지난 주말에 4라운드를 마쳤다. 아직 시즌 초반이긴 하지만 작년 우승팀 수원은 현재 1승도 거두지 못한 채 꼴찌로 추락, 그리고 광주와 강원 등 의외의 팀들이 선전하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얼마 전 네이버 스포츠 뉴스 코너에서 MLB 최고, 최악의 시나리오라는 재미있는 글을 봤다. 이에 삘 꽂혀 나도 한 번 작성해 보련다. 제목 그대로 2009 K리그 최고, 최악의 시나리오.

지금 작성하는 포스팅은 그냥 다분히 개인적인, 심심풀이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것 미리 말씀 드린다.
구단 순서는 작년 시즌 순위로.



수원

최고:
- 빅버드의 알록달록한 관중석 의자 색깔이 파란색 일색이 된다
- (다시)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승리하고, (다시)함박눈이 내린다
- (그리고 다시)수원 시내에서 우승 축하 카 퍼레이드를 보게 된다
- "마계대전이 뭐예요?"

최악:
- 역대 최고의 승률을 기록한다(홈에서만)
- 대전전 무승 기록이 계속 이어진다: 배기종은 하필이면 이 경기에서 부상
- 리웨이펑이 본능적으로 소림축구의 한 장면을 연출한다
- 골을 먹은 후 이운재가 수비수들을 향해 고함 치는 사진이 디씨의 필수요소로 등장한다
- 곽희주가 부상으로 조기 은퇴하고 PC방을 차리...려다가 코치 수업을 시작한다


서울

최고:
- 팀을 우승으로 이끌고 시즌 MVP가 된 김치우는 탤런트 강주연에게 청혼하고 결혼
- 팀을 우승으로 이끌고 시즌 MVP가 된 정조국은 탤런트 김성은에게 청혼하고 결혼
- 귀네슈 감독이 한국말로 기자들의 인터뷰에 응한다
- 이청용이 단 한 번의 퇴장도 없이 시즌을 마감한다

최악:
- 탤런트 강주연은 김치우와의 열애설을 전면 부인한다
- 탤런트 김성은은 정조국과의 열애설을 전면 부인한다
- TV 중계가 잡힌 날만 골라서 패배한다
- 팀에서 전격적으로 심우연의 경남 이적을 발표한다. 공황에 빠진 심우연은 잠적한다
- 기성용과 이청용은 싸이월드 미니홈피를 무기한 폐쇄한다




성남

최고:
- 신태용 감독은 두둑한 보너스로 최고급 정장을 10벌 더 구입한다
- 모따와 라돈치치가 귀화, 사샤(아시아 쿼터)까지 총 5명의 외국인 선수가 한 경기에서 뛴다
- 이호가 홈경기 하프타임 때 양은지(베복)에게 사랑 고백을 한다
- 서울 남동부 지역의 '건축 자재'(벽돌 등)가 품귀 현상을 빚는다
- 홈 경기 시 성남 시내 피자헛은 넘치는 주문으로 전화가 불통이 된다

최악:
- 선수단 전원이 한우 180인분을 먹어치운 그날, 신태용 감독은 법인카드를 분실한다!
- 모따와 라돈치치가 귀화 후 이성남과 이싸빅의 전철을 밟아 수원으로 이적한다
- 한동원이 5경기 연속 골대만 맞춘다
- 샤다라빠 카툰이 종료된다
- 20주년 기념 유니폼을 1경기 걸러서 매번 입는다


울산

최고:
- 김호곤 감독이 확실한 자기만의 색깔을 보여준다
- 그래서 'Again 2005' 플래카드가 등장한다
- 전반기 시즌 종료 후 유니폼 스폰이 험멜로 바뀐다
- 오장은이 렙업해서 진퉁 발락으로 전직한다

최악:
- 김호곤 감독이 확실한 자기만의 색깔을 보여준다
- 그래서 '김정남 감독님 돌아오세요'란 플래카드가 등장한다
- 유경렬이 공격수로 깜짝 변신한다
- 처용전사 홈피 게시판이 '울산 출신 현 타팀 소속 베스트 11' 논쟁으로 후끈 달아오른다


포항

최고:
- 데닐손과 남궁도와 스테보가 홈 경기마다 옐로카드를 받는다(골 넣은 후 철조망에 달라붙어서)
- 시즌 후 김기동이 오스트리아 리그로 이적, 제2의 서정원이 된다
- 김형일이 결국 빵 터진다
- 묻지마 크로스 성공률이 60%를 넘는다(진짜 이러면 올 시즌은 끝)

최악:
- 2009 시즌 챔피언 결정전 홈 경기에서 2MB(혹은 이상득)이 시축자로 나선다
- 최효진은 또 싸이월드 미니홈피에서 운다(ㅜㅜ)
- 황진성은 세 번째로 코뼈가 부러지고 다시 전면 마스크를 쓴다
- 황재원은...(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 구단 쇼핑몰은 시즌 내내 불통


전북

최고:
- 성남 원정에서 김상식이 2어시를 기록한다
- 김형범이 위닝 일레븐 시리즈 신작의 표지 모델로 등장한다
- 최태욱의 편도선이 부어오르며 고생하지만 대신에 목소리 톤이 3옥타브 낮아진다
- 쏘렌토 신모델이 2009년에 소나타를 제치고 국산차 판매량 1위를 기록한다

최악:
- 성남 원정에서 김상식이 자책골 2골을 헌납한다
- 조재진에 대한 최강희 감독의 안부 전화가 잦아진다
- 손승준은 90분 풀타임을 무리 없이 소화한다. 광주와의 2경기에서만
- 루이스와 에닝요가 가족 동반으로 전주 시내 음식점에서 저녁을 먹고 식중독에 걸린다
- 전북 단장은 시즌 후 '앞으로 2년 간 선수 영입은 없다'고 천명한다




인천

최고:
- 암표상은 문학구장에서 연일 최고의 매출 기록 갱신
- 유병수의 무회전 프리킥 동영상이 유튜브에 뜨고, 맨유의 호날두가 본다
- 김상록, 2007 시즌의 '그 분'이 오신다
- '비상' 2편을 찍는다. 이번엔 해피엔딩
- SK 와이번스가 포스트시즌에도 진출하지 못하고 떨어진다

최악:
- 페트코비치 감독에게서 로란트 초대 감독의 아우라가 느껴진다...
- 안종복 단장이 세르비아에서 무서운 용병을 데려온다. 알고보니 마피아 출신
- 구단의 흑자폭이 예년 대비 절반 넘게 줄어든 30억 선에서 마무리된다(!)
- SK 와이번스가 시즌 막판까지 엎치락 뒤치락 하며 결국 우승한다


경남

최고:
- 김병지가 500경기 출장을 기록한 경기에서 2골(PK)을 기록한다
- 송호영 "메시, 나와라"
- 영남축구센터가 '정말로' 올해 안에 완공
- 인디오는 K리그의 호날두가 된다

최악:
- 강원과의 시민구단 더비에서 토다와 마사히로가 사이좋게 자책골을 헌납, 1:1로 경기 종료
- 지뉴와 호나우지뉴는 이름만 비슷하다
- 전반기 종료 시 파울 수가 작년 시즌 전체와 맞먹게 된다
- 인디오는 K리그의 나니가 된다


전남

최고:
- 이천수가 2005 시즌의 사기 유닛으로 컴백한다
- 그리고 이천수가 누군가와 결혼한다
- 홈구장 앞 포장마차 주인 김모씨(57세)가 일 매출 2천을 끊는다
- 전남 지역 무 재배 농가가 대거 흉작을 맞는다

최악:
- 시즌 중 박항서 감독이 가발 광고 모델로 나온다
- 그리고 이천수가 누군가와 결혼한다
- 팬 투표에서 김영철이 팀 내 최고 미남으로 뽑힌다
- 팬 투표 결과를 두고 곽태휘가 크게 반발, 팀을 이탈한다
- 성적 부진으로 시즌 중 박항서 감독 경질, 마찬가지로 국대에서 경질된 허정무 감독이 컴백~




제주

최고:
- 서포터즈가 타팀 서포터즈들로부터 인정 받는 만큼의 성적이 나온다
- 그리고 공식 서포터즈는 이름을 바꾼다(감규리...;;)
- 심영성이 새로운 골 세레모니를 개발한다

최악:
- 서귀포에 몰아친 이상 기후, 가을에 몰아친 폭설로 오렌지색 볼을 사용한다
- 강민수가 '국대 평가전'에서 6개월 짜리 부상을 끊는다
- 네이버에서 이상호를 검색하면 올해 수원으로 이적한 이상호만 나온다


대구

최고:
- 2009 시즌에 K리그 역대 최다 득점 기록을 세운다
- 영남대 운동장에서 2번 경기를 갖는다
- 도와 모만 있는 구단 공식 지정 윷놀이가 대구 지역에서 성행한다

최악:
- 2009 시즌에 K리그 역대 최다 실점 기록을 세운다
- J2 리그로 떨어진 주빌로 이와타에 이근호가 계속 눌러앉는다
- 음밤바의 사고 친 전력이 만천하에 드러나 퇴출된다


부산

최고:
- 비야레알의 페예그리니 감독: "양동현이 누구야?"
- 김태영, 2002년 월드컵의 그 김태영이 아니다!
- 하프타임 행사에 카라가 와서 구하라가 구아라에게...

최악:
- 양동현은 단골 병원의 간호사와 사랑을 싹틔운다
- 황선홍 감독이 팀 연습경기 도중 선수로 뛰며 해트트릭을 기록한다
- 정성훈 사진을 표적지로 수비수들이 사격 연습(?)을 한다




대전

최고:
- 김호의 아이들, 세대 교체: 이경환, 김민섭, 박정혜...
- "바벨? 리버풀에도 바벨이라는 애가 있어?"
- 고창현이 '직장인'으로 돌아온다

최악:
- 김호 감독이 끊었던 담배를 다시 피운다
- '저니맨의 시즌 나기'라는 특강 클래스에서 권집이 강사로 나선다
- 가을 대전 전국체전에 출전한 박태환, 장미란의 경기에 전국민의 관심이 쏠린다


광주

최고:
- 최성국이 말뚝을 박는 것에 대해 국방부에 진지하게 문의한다(구단에서)
- 김두현이 5월에 EPL을 마치고 국내로 복귀, 입대한다
- 홈경기에서 소녀시대, 원더걸스, 카라가 하프타임 행사에 출연한다

최악:
- 최성국이 말뚝을 박는 것에 대해 국방부에 진지하게 문의한다(본인이)
- 시즌 막바지에 김용대가 말년 병장 모드에 돌입한다
- 홈경기에서 송대관, 태진아가 하프타임 행사에 출연한다
- 시즌 초반의 상승세를 막판까지 이어가지만 북한이 대포동 3호 발사에 성공, 전군에 비상 경계령


강원

최고:
- 농일전(일농전)이 언제 열리는지 강원 도민들 전부 까먹는다
- 윤준하가 2009 시즌 신인왕에 등극한다
- 김영후가 2008 시즌 N리그 기록의 딱 절반을 이룩한다
- 수원에 이어 두 번째로 창단 첫 해 K리그 역대 최고의 순위를 기록한다

최악:
- 원주종합경기장 외벽에서 떨어진 공구리를 정통으로 맞은 선수단 버스가 대파된다
- 춘천종합경기장 완공은 5년 미뤄진다
- 강원도 내 군부대에 재고로 남은 오렌지색 유니폼이 활동복으로 대거 무상 지급된다
- 이을룡이 홈 경기에서 제2의 을룡타를 작렬, 퇴장
- 2009 시즌을 마치고 최순호 감독에게 정치권의 공천 의사가 은밀하게 전달된다


K리그 전체적으론, 아직까지 리그 타이틀 스폰서를 구하지 못했다. ㅜㅜ(컵 대회는 '피스컵 코리아'로 진행 중) K리그 최고의 시나리오라면 당연히 리그 타이틀 스폰서를 구하는 것일 테고, 또 하나 개인적으로 바라는 점이라면 여름에 있을 피스컵 안달루시아가 국내에서 열렸던 대회처럼 화끈하고 재미있는 경기를 보여주었으면 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