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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9 UEFA 챔피언스 리그의 최종 8강


지난 목요일에 08-09 시즌 UEFA 챔피언스 리그의 최종 8강이 가려졌다. 빠른 경기 템포와 강력한 수비, 공수 밸런스의 조화 등으로 최근 몇 년 동안 세계 무대에서 득세하는 EPL의 4개 강팀이 모두 포함된 가운데 프리메라 리가의 두 개 팀, 그리고 독일의 분데스리가와 챔스의 단골 포르투갈의 수페르리가에서 각각 1개 팀이 최종 명단에 들었다.

이 8개 팀의 키 플레이어들과 전력을 '나름대로' 분석하며 08-09 UEFA 챔피언스 리그의 최종 결과를 예상해 보고자 한다. 순서는 무순.



첼시: 드록바


족집게 과외 선생으로 유명한 히딩크 감독의 부임 이후 5연승의 결과에서 알 수 있듯이, 완벽하게 조직력을 갖췄다. 스콜라리 감독 시절 미들진과 공격진이 우왕좌왕하며 동선이 자주 겹치던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드록바를 중용하면서 선수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최대의 결과를 이끌어내고 있다.

슬럼프에서 돌아온 말루다와 에시앙 등도 건재하지만, 현재 첼시에선 누가 뭐래도 빠른 발과 몸싸움, 결정력까지 모두 갖춘 드록바를 키 플레이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 팀의 가장 강력한 경쟁 요소라면 리그와 챔스 모두에서 활화산 같은 상승세를 타고 있다는 점.

첼시의 약점이라면 이번 시즌 최종 8강에 오른 팀들 가운데 유일하게 챔스 우승 경험이 없다는 점이 될 텐데, 구단주 아브라모비치의 오랜 꿈이 실현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FC 포르투: 루초 곤잘레스


팀 내에서 가장 강력한 공격 옵션은, 당연히 골 수가 가장 많은 리산드로 로페스. 하지만 이 팀이 홈에서건 원정에서건 맞불 작전으로 나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제수알도 페레이라 감독은 매우 영악한 사람이다).

당연히 수비를 탄탄하게 둔 후 빠른 역습 작전을 시도할 터인데, 그럴 때 오른쪽과 중앙 미드필드에서 경기를 지배하는 루초 곤잘레스의 무게감이 더해진다면 승산은 있다.

루초 곤잘레스는 참 징하게도 발렌시아, 비야레알, AT 마드리드 등 주로 라 리가의 강팀들과 연결되며 염문(?)을 뿌리고 있는데, 현 소속팀에서 최고의 성적을 거둔 후 이적에 대해 이야기하겠다고 하면서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펠레(물론 그 유명한 펠레 말고)와 같이 오버래핑이 뛰어난 윙백의 존재도 FC 포르투를 그 누구도 무시하지 못할 팀으로 만드는 데 일조하고 있다. 하긴 리그에서 베스트 일레븐을 꾸리면 대략 7~8명 정도는 리스트 업을 할 수 있고, 챔스에서의 우승 경력도 있는 팀이니.



바르셀로나: 메시


최근 리그에선 2연패(이후 승리 추가)를 당하면서 초반의 기세가 주춤하긴 했지만 이 팀의 막강 공격 옵션은 여전하다. 리그 최다 득점자인 에투와 유연한 앙리, 날카로운 패스를 갖춘 샤비와 저돌적인 돌파의 이니에스타 등.

그 정점은 메시다. 알면서도 못 막는다는 건 메시의 플레이를 두고 하는 말. (주로 페널티 에어리어에서의)메시의 드리블은 맨유의 호나우두처럼 빠르고 경쾌하다기보단 상대 수비의 타이밍을 완벽하게 빼앗으며 매우 효과적인 결과를 양산한다.

또한 바르셀로나는 16강전 2차전에서 역시 챔스 리그의 단골인 리옹을 몸 풀듯 가볍게 보내버렸다. 세계 최정상급 팀의 공격형 에이스들을 상대하기에 야야 투레의 홀딩 플레이가 다소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은 있지만 그래도 이 팀은 가장 화려하고, 가장 효과적인 공격 옵션을 갖추고 있으며, 그 정점은 (다시 한번 이야기하지만)메시다.



리버풀: 제라드


제라드가 없는 리버풀은 상상하기 힘들다. 그리고 리버풀이 아닌 다른 팀(잉글랜드 대표팀 제외)에서 뛰는 제라드를 상상하기는 더 힘들다. 이처럼 주장 완장을 차고 피치 한 가운데 서 있는 것만으로 팀이 안정을 찾는 선수는, 또 찾을래야 찾기가 힘들 것이다. 누가 뭐래도 제라드는 리버풀의 기둥이다.

또한 '프리미어 리그'의 출범 이후 우승컵을 가장 많이 들어올린 팀이 바로 리버풀이며, 명민한 베니테즈 감독은 최고 강자들이 맞붙는 챔스에서 우승하는 방법을 아는 사람이다. 게다가 지난 주말엔 철옹성 같던 올드 트래포드에서의 맨유를 큰 점수 차로 이기며 상승세를 탔다.

시즌 후반으로 가며 주전들의 체력이 다소 떨어진 점은 약점. 아직 리그 수위 다툼에서도 손을 뗄 상황은 아니고, 부상 악재만 겹치지 않는다면 4년 만에 다시 챔스 우승을 노려볼 만한 팀이 바로 리버풀이다. 챔스와 리그에서 2경기 연속 4골씩을 넣었다!



맨유: 루니


호날두가 발롱 도르를 수상할 만큼 대단한 선수인 것은 분명하지만, 아직도 그는 플레이에 기복이 있다. 이와 같은 옵션의 사용, 그러니까 상당한 슬럼프로 사이드라인에서의 돌파가 자주 막히는 경기 때에도 어지간하면 그를 교체하지 못하는 경우를 종종 보는데, 당대 최고의 명장이라고 할 수 있는 퍼거슨 감독의 머리를 이런 식으로 아프게 하는 것 또한 어떻게 보면 그가 그만큼 훌륭한 옵션이라는 걸 웅변한다.

하지만 맨유에는 루니 또한 있다. 루니 만큼 순수하게 저돌적인 선수는 그 어떤 리그, 어떤 팀에서도 찾기가 힘들다. 찬스를 만드는 능력과 그 찬스를 직접 해결하는 능력까지, 피치에서의 그의 모든 움직임은 정말 순수하고도 철저하게 팀의 승리에만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

지난 주말 장미전쟁의 결과에서도 본 것처럼 수비진의 순간적인 집중력 저하는 어떤 식으로든 반드시 해결해야 할 것이다.



바이에른 뮌헨: 프랑크 리베리


상대가 스포르팅 리스본으로 약간 손쉬운 편이긴 했지만, 16강전의 두 경기에서 총 12골을 몰아친 뮌헨의 파괴력은 주목할 만하다. 오랜만에 챔스 8강 최종전까지 진출한 이 독일 팀의 스트라이커진을 구성한 이들은 포돌스키, 클로제, 루카 토니 등 각국 대표팀의 에이스들이다.

그리고 이 골 대부분에, 중앙과 왼쪽을 가리지 않고 활발하게 움직인 '레 블뢰의 미래' 프랑크 리베리가 있었다. 물론 반 봄멜과 제 호베르투가 더블 볼란치에 가깝게 중앙에 서서 탄탄하게 홀딩 역할을 해준 덕분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결정력과 정확한 킥력을 모두 장착한 이 다부진 미드필더의 발에서 바이에른 뮌헨의 공격이 시작된다는 점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바이에른 뮌헨의 단장은 "리베리는 우리가 지난 20년 동안 영입한 선수 중 최고"라는 말까지 하고 있다. 본인도 바이에른 뮌헨에서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는 하지만, 올 여름 이적 시장에서 수많은 팀들이 이 보석을 데려오기를 원하고 있다. 그리고 그 팀들 중 대부분은 이번 08-09 시즌 챔스에서 16강에 오른 팀들이다.



아스날: 로빈 반 페르시


16강전 1, 2차전에서 똑같은 점수로 승리와 패배를 나눠 가졌던 아스날과 로마는 승부차기까지 가면서 '똥줄을 태운' 끝에 결국 아스날이 이겼다. 두 번 경기 모두 점수는 많이 나지 않았지만 굉장히 박진감 넘치는 체력전이었음을 감안하면, 주전과 비주전의 실력 차이가 뚜렷한 아스날이 상대적으로 얻은 것보단 잃은 게 많아 보인다.

하여튼 팀 내에서 가장 많은 골을 주워담은 선수가 바로 반 페르시. 팀 동료인 아데바요르나 최근 회춘 모드로 돌아선 밀란의 인자기 같은 전형적인 골게터 타입은 아니지만, 아스날 특유의 긴밀하게 연결되는 짧은 패스에 이은 빠른 슈팅으로 골을 잡아내기에 부족함이 없다. 게다가 반 페르시는 프리킥 능력도 갖추고 있다.

08-09 챔스 최종 8강에 이른 팀들 중 주전의 평균 연령이 가장 어리지만 모두들 큰 경기 경험이 많으니 그리 큰 어려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그보단 캡틴 파브레가스의 부상 공백과 겨울 이적 시장을 통해 합류한 아르샤빈이 아직 제대로 된 퍼포먼스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점이 아스날의 약점이라 할 것이다.



비야레알: 카프데빌라


파나시나이코스와의 지난 16강전 2차전을 2-1 승리로 마친 뒤 페예그리니 감독은 "우리도 세계 최강 중 하나"라고 말했지만 타팀에 비해 공격진의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사실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주전 투톱인 주제페 로시와 니하트 모두 1~2년 사이 이적한 선수들이고, 전 소속팀에서 특별한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는 공통점도 있다.

부지런한 미드필더진의 활약도 필요하고, 중앙 수비진은 상대의 예봉을 탄탄히 막아내야 하며, 풀백은 빈틈을 노려 공격 가담을 해야 한다. 바로 이럴 때, 16강전 2차전에서 경고 누적으로 출장하지 못했던 후안 카프데빌라의 존재감이 필요하다.

철저하고 성실한 자기 관리로 유명한 카프데빌라는 서른 살 나이에 스페인 대표팀과 소속팀 비야레알에서 어느덧 정신적 지주의 자리에 올라섰다.

비야레알은 다소 특이한(?) 선수단 구성이 약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카프데빌라나 로베르 피레, 이바가사 등은 경험 많은 노장들이지만 상대적으로 체력이 떨어지고, 로시나 니하트, 카졸라 등 재능 있는 (비교적)신예들은 큰 경기 경험이 없다. 유럽 무대에서 강팀을 종종 잡은 경력의 '노란 잠수함' 비야레알의 08-09 시즌 챔스 도전기는 어떻게 완성될까.


08-09 시즌 챔피언스 리그의 남은 일정은 아래와 같다.

8강전 조추첨: 21일(한국 시각) 스위스 니옹 UEFA 본부
8강전 1차전: 4월 8일-9일
8강전 2차전: 4월 15일-16일

4강 진출자가 가려지면, 역시 추첨을 통해 대진표가 정리되고 오는 4월 29-30일, 그리고 5월 6일-7일에 홈 & 어웨이로 결승전 진출자를 가리게 된다.

그리고 결승전은 5월 28일 로마의 올림피코 스타디움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