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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

파시즘을 이야기할 때의 이사카 코타로: 마왕

 

 

 

 

요즘 중국과 일본의 영토 분쟁(댜오위다오/센카쿠열도) 때문에 나라 안팎으로 뒤숭숭하다. 위의 벽보는 반일 시위가 한참 벌어지고 있는 중국에서 발견된 거라고 하는데, 그 내용이 무시무시하다: '일본 남자는 모두 죽이고, 일본 여자는 모두 강간해라'

 

그런데 알고보면 중국에선 이와 비슷한 일이 벌어진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대표적인 게 문화대혁명 시절의 홍위병. 그것도 까마득한 옛날이 아니라 불과 40여 년 전의 일이고, 이 때 중국 전역에서 이성을 잃은 홍위병들에게 목숨을 빼앗긴 이들의 숫자는 무려 3만 명이었다고.

 

바로 이런 시절에, 파시즘의 창궐, 그리고 그로 인한 위험을 경계한 이사카 코타로의 작품 '마왕'을 읽게 된 건 참으로 시기적절한 일이었다. 그리고 이 작가는 후에 '모던타임스'를 통해서 다시 한번 전체주의를 고발한다. 일본 작가들이 서로서로의 개인적인 친소 관계가 어떤지는 몰라도, 분명 좋을 것으로 생각하기 힘든(ㅋㅋㅋ) 대표적인 두 작가가 이사카 코타로와 오쿠다 히데오인데, 오쿠다 히데오는 마왕이란 작품을 보고서(보긴 봤는지?), 만약 봤다면 도대체 어떤 반응을 보였을지 무지하게 궁금하다. 덧붙이면, 이사카 코타로는 굳이 따지면 자유주의자에 가깝고 오쿠다 히데오는 굳이 따지면 극우파에 가깝다.

 

 

 

 

 

평범한 직장인 형제가 어느 날 갑자기 아주 특별한 초능력을 소유하게 된다는 스토리 자체는 사실 그리 중요하지도 않다. 작품 속에는 미국이건 중국이건 지구상의 그 어떤 나라에 대해서건 할 말은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젊은 정치인이 나오는데(그는 대중적인 인기를 얻으면서 급기야 총리대신이 된다), 전근대적인 카리스마도 리더쉽이랍시고 자신을 옭아매주길 바라는 '정치적 마조히스트'들이 많은 우리나라에서도 파시즘에 대해선 더욱 깊은 고민이 필요할 터.

 

이사카 코타로의 이 작품에 대해서 불만이 하나 있다면, 마치 집필을 하다가 중간에 그만 둔;; 것처럼 너무나도 활짝(?) 열린 결말을 보여준다는 점인데... 글쎄 마무리가 꼭 그랬어야 했는지. 아무튼 그의 전작들 답게 아주 재미있는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