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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by 박민규)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카스테라, 지구영웅전설, 핑퐁 같은 포복절도할 코미디를 많이 쓴 박민규 작가가 이렇게 가슴이 절절한 러브스토리를 쓰다니! 이 작가, 심지어 요망(?)하다는 생각마저 들 지경이었다.

 

표지가 참 독특하다. 그 유명한 벨라스케즈의 '시녀들' 중에 하필이면 주인공(?)도 아닌, 시녀, 그 중에서도 참으로 못생긴;; 시녀에 하이라이트가 되어 있다. 그렇다. 이 작품은 철저히 이 땅의 아웃사이더들에게 바치는 헌사라고 봐도 무방하다. 우리나라의 고용 시장에서 안 그래도 여성 노동자에 대한 고용 상황은 특히 좋지 않은데 그 중에서도 정말 '드물게 못생긴' 여자에 관한 이야기라니. '세기를 대표하는 미녀를 볼 때와 마찬가지로, 세기를 대표하는 추녀를 볼 때에도 남자는 시선을 집중시킨다'는 표현과 함께(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 말은 참 처절한 진실이다).

 

인터넷에서 연재되었던 작품인 만큼 형태적으로 참 독특한 부분이 몇몇 눈에 들어온다. 사실 작품 내내 뭐 특별한 사건도 별로 없는데, 손에서 놓기가 힘들어서 밤을 새워가며 보다가 새벽을 맞이하면서 한숨이 폭폭 나왔다. 찡하고 절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