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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내부고발자(들)



딥 쓰로트(Deep Throat)라는 말이 있다. 그대로 해석하자면 '깊은 목구멍'이란 뜬금 없는 뜻이 되는데, 이것을 아직까지도 1970년대에 미국에서 큰 충격을 던져준 포르노 영화의 제목이라고만 생각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이와 비슷한 의미로, 친절하기로 유명한 영국 경찰이 범죄 현장을 적발했을 때 호루라기를 먼저 불었던 상황에서 시작된 휘슬 블로어(Whistle Blower)란 말도 있다.

딥 쓰로트와 휘슬 블로어는, 모두 커다란 조직 내부에서 암암리에 발생하는 부조리를 고발하는 '내부고발자'란 뜻을 가진다.




닉슨 대통령의 워터게이트 사건을 다뤘던 영화 <모두가 대통령의 사람들>
실제 워터게이트 사건을 언론에 제보한 인물은 '딥 쓰로트'란 암호명으로 불렸다





이런 사람들이 거대 조직으로부터 배척을 받게 되는 수순은 당연하다. 공공연히 살해 위협까지도 받는 내부고발자들은 그야말로 생명을 걸어야 하는 입장에 처해지는 상황이 다반사로 일어난다.

우리나라에서도 내부고발자들이 받았던 수난의 역사는 꽤 오래 되었다. 지난 1990년, 삼성을 비롯한 재벌의 비업무용 부동산 과다 소유에 대해 감사원이 감사를 중단한 사실을 언론에 폭로한 이문옥 전 감사관을 비롯해서, 최근엔 역시 삼성의 비자금 조성을 고발한 김용철 변호사 등의 인물들이 겪어야 했던 어려움은 당사자가 아니고선 아무도 모를 것이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또 다른 내부고발자 한 명을 만나게 되었다. 때만 되면 전국민을 TV 앞으로 끌어모아 열광적인 성원을 하게 만들었던 쇼트트랙 스피드스케이팅 종목이 파벌 싸움과 메달(연금) 나눠먹기로 얼룩졌다는 사실을 고발한 사람.

대한체육회가 바로 어제(4월8일) 발표하며 언론에 공개된 대한빙상경기연맹의 감사 결과만을 놓고 봤을 때, 아직까진 지난 토리노 동계올림픽에서 3관왕을 차지했던 안현수 선수의 부친이라고 (개인적으로)생각한다(이정수 선수의 경우 조금은 의심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스스로가 대표선발전에서 일정 부분 가담을 한 것으로 알려졌으니).

또한 이번 감사에는 그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지만, 과거 김연아 선수가 일약 혜성처럼 등장했을 때 특정 빙상 종목에 대한 지원이 (이전에는 없었던)피겨스케이팅 쪽으로 가게 됐다고 연맹 일부가 연아를 일방적으로 폄하하거나 시기했던 일도 공공연히 있었던 모양인데 만약 이것마저 사실이었다면...

자, 지금의 내부고발자를 대하는 태도에서 우리 사회의 수준이 드러나게 될 것이다. 아직은 현역인 여러 선수들이 다음의 대표선발전에서 순수한 실력으로만 평가를 받게 될지, 아니면 또 다른(?) 일이 벌어질지, 두고봐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