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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s

KBS <추노>, 왜 인조 시대를 배경으로 하나





간만에 두근두근하면서 보게 되는 드라마 <추노>는, 이렇게 저렇게 뜯어볼 구석이 많은 드라마라는 생각이 든다. 기본적으로 시대적 배경이 옛날이니 사극이긴 한데 드라마건 영화건 소설이건 아무튼 대중문화의 어떤 장르에서든 시대적 배경이 '하필이면 바로 그 때'여야 하는 이유는, 창작자가 아무 생각이 없는 사람이 아니라면, 필경 존재한다.

<추노>에서 주인공의 직업이 노비를 쫓는 거라서 조선 인조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고 하지는 말자 우리 -_- 노비는 삼국시대에도 있었고 선사시대에도 있었다.

왜 인조(仁祖)인가?
드라마에서나 영화에서나, 과거의 이야기를 그리는 사극의 배경으론 아무래도 조선시대가 압도적으로 많다. 이유야 당연히 비교적 최근(?)의 일이고 관련 자료도 그리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으며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어느 정도는 당시 상황에 대한 지식이 꽤 퍼져 있으니 이건 당연한 선택.

사극에서도 특정 국가의 통치 기간 동안 있었던 일이라는 식으로 모호하게 처리를 하는 것보다 특정 왕의 재임 시기에 있었던 일이라고 못을 박는 경우가 많은 이유도 당연하다. 어차피 강력한 중앙집권체제에선 최고 통치자의 성향에 따라 정치와 경제 사회 문화 등 각 방면이 버라이어티(...)하게 흘러가기 때문에.

아무튼 <추노>는 인조가 통치하고 있는 때가 배경이다. 인조, 라고 할 것 같으면 거의 자연스럽게 '인조반정'이 떠오른다(물론 인조 자체는 쿠데타 세력이 내세운 인물이지만, 어쨌든 현역 임금을 몰아내고 자리에 들어선 왕을 후대에 '어질 인' 자를 써서 칭하게 된 게 좀 웃기긴 하다). 또한 인조 통치 땐 병자호란도 있었고(드라마에서도 그 내용이 나오고) 해서, <추노>에선 왁자지껄한 저잣거리 장면이 많이 나오는데 사실 민생은 조선시대 어느 때에 비교해도 못지 않을 만큼 팍팍하고 신산했다(고 한다).

사실 지난 고 김대중 전 대통령과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에 대중문화에서 정조(正祖)에 대한 재조명 작업이 활발했던 것에 비추어, 조선시대 임금 중 그 평가에 있어서 사실상 제일 바닥(...)인 인조가 최근 드라마에 많이 나오는 것에는 다 이유가 있다(?!)고 말하는 이도 있긴 하다. ㅋㅋ




그보다는 드라마 속 등장인물 사이의 대립구도를 더 명확하고 극적으로 보이게 하기 위한 장치로서 작용했을 것이라고 본다. 드라마 속 태하(오지호)는 병자호란 패배 후 '삼전도의 굴욕'을 거쳐 청나라에 볼모로 잡혀가는 소현세자를 보필하는(했던) 인물인데 알다시피 소현세자는 본국으로 오자마자 죽는다(그가 독살을 당했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어느 날 갑자기 명을 달리한 왕족이 독살을 당했다는 구설수에 오르는 경우는 새털만큼 많다).

그리고 태하는 소현세자의 아들을 찾아간다(물론 그 전에 이 혼란한 상황을 수습해줄 스승을 찾아간다). 태하는 그냥 '도망친 노비'가 아니라, 세상에 대한 나름의 시각과 의지가 있는 인물인데, 당연하게도 그 시각과 의지는 당대 정치권력의 대척점에 있다. 즉, 당시 조정의 입장에서 그는 '역적'인 것이다.

한편 모종의 이유로 그를 쫓는 또 다른 주인공 대길(장혁)은 원래 귀한 양반가의 자제에서 어느 날 갑자기 추노꾼으로 급전직하한 인물. 양반가의 도련님이었을 때 그의 집안 성분(?)이 서인이었는지 북인이었는지 아니면 그냥 듣보;;였는지는 알려진 바도 없고 중요하지도 않지만 그의 추노질에는 보다 '현실적'인 이유가 있다.

그런데 태하를 추적하는 인물은 대길 패거리만이 아니다. 정권의 최측근에서, 현재 누리는 권력을 조금이라도 더 오래, 많이 누리기를 원하는 인물 이경식(김응수)이 있는데, 그는 더 확실한 대안(소현세자의 혈육을 끊어놓는 것)을 상정하고 이제 확실하게 자신의 수족이 된 입지전적인 인물인 철웅(이종혁)을 현장에 '급파'한다.




정리하자면, 태하와 대길, 태하와 철웅, 철웅과 대길 등등 다양한 대립구도를 세워 이야기를 더 풍성하게 꾸미는 작업에 있어 참으로 혼란한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것이 최적의 선택이었을 것이고, 바로 그래서 <추노>의 배경은 인조 통치시기가 된 것이 아닐까 하는 점이다.

...일단 이렇게 써놓고 난 다음 업복이(공형진) 캐릭터에 관한 이야기나 언년/혜원(이다해)의 난데없는 신분 상승(?)과 같은 다른 많은 이야기도 써볼까 했는데 양이 너무 많아질 것 같아 지치기도 하고;; 읽기도 불편해질 것 같아 나머지 이야기는 후일을 기약하기로 한다.

내일은 닥치고 본방 사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