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News

SBS의 밴쿠버 동계올림픽 단독 중계가 가능할까?



장면 하나.

지난 1984년에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올림픽. 한국이 올림픽 사상 최초로 세계 10위의 성적(금메달 6개)을 올린 대회로 아직까지 많은 이들의 기억에 남아있는 LA올림픽은, 올림픽의 흑역사 중에서도 참 독특한 경력(?)을 하나 갖고 있다.

사실 LA올림픽 이전까지의 올림픽은 '장사'의 측면에서만 보자면 엄청난 손해였던 것이 사실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양정모 선수가 레슬링에서 해방 이후 최초로 금메달을 땄던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은 적자가 무려 12억 달러(이게 34년 전의 액수다!)에 이를 정도였다.

아무튼 LA올림픽의 조직위가 구성되고, 그 꼭대기에 앉은 사람은 메이저리그 커미셔너였던 피터 위베로스. 미국 여행업계의 큰손이었으며 경영의 귀재였던 그는, 도저히 가능해 보이지가 않았던 '미션 임파서블'에 도전하는데 그것은 바로 "올림픽을 흑자로 치루자"는 것이었다. LA올림픽 이전에도 기업의 스폰서쉽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피터 위베로스의 수완은 코카콜라와 GM을 비롯한 여러 굴지의 대기업들을 후원사로 유치했고, 사상 최초의 '흑자 올림픽'이 가능했다(LA올림픽의 흑자폭은 2억 달러 수준으로 그리 크진 않았지만 이것은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이 양반이 피터 위베로스
뭐랄까, 참 '전형적인 백인 기업가'처럼 생기지 않았나?



그런데 LA올림픽이 흑자 올림픽이 된 것은 기업의 후원에 힘입은 바도 컸지만, 그보다 훨씬 더 큰 요인은 바로 이전까지의 올림픽에선 그 개념조차 찾아보기가 힘들었던, '중계권'이라는 카드였다. 이제 전지구적으로 칼라 TV가 많이 보급되기 시작한 것은 LA올림픽으로선, 피터 위베로스로선 꽤 고무적인 현상이었을 것이 뻔하다.


장면 둘.

작년 여름에 박지성의 소속팀이었던 맨유에서 프리메라리가의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이적료는 자그마치 1650억 원. 한 때 "연봉 1억 봉급쟁이가 근초고왕;; 때부터 지금까지 한 푼도 안 쓰고 모아야 하는 액수"라는 유머가 떠돌기도 했는데, 하여튼 도무지 짐작 조차 하기 힘든 돈인 것만은 사실이다.



몸값 1650억 위너의 망중한



그런데 레알 마드리드라는 구단은 얼마나 돈이 많길래 저렇게 천문학... 수준을 넘어서서 안드로메다급 액수를 '총알'로 준비할 수 있었을까.

현재 레알 마드리드의 구단주는 플로렌티노 페레즈. 축구 관계자이기 전에 스페인 최대의 건설회사 사주이기도 한 그인데, 당연한 이야기지만 구단의 운영비가 구단주의 쌈짓돈은 아니다. 게다가 한 때 한국의 축구팬들 사이에서 잘못 알려진 내용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바로 프리메라리가 구단 가운데 이름 앞뒤로 '레알'이 붙는 구단(마드리드 외에도 많다)은 스페인 왕가에서 운영비를 일부 보조한다는 것. 이것은 사실과 다르다.

하여튼 중요한 건 1650억이란 액수를 어떻게 조달했느냐 하는 것인데, 이것은 사실 중계권료라고 보는 게 맞다. 유럽 축구에서 선수 트레이드 시 발생하는 이적료가 대부분 일시불이긴 하지만 이처럼 단위가 큰 경우는 몇 건 예외로 분할 지급을 하기도 하며, 그럴 땐 구단 자체가 일종의 보험이 되는 것이다. 전세계에서 축구 좀 본다 하는 축구팬들 중에 레알 마드리드를 모르고 호나우두를 모르는 이가 얼마나 될까.

결국 저 어마어마한 액수는 경기 중에 광고를 내는 기업이 대는 것이기도 하며, 궁극적으로는 해당 기업의 상품을 사는 소비자들의 주머니에서 나온 돈이기도 한 것이다.


최근의 스포츠 중계에서 중계권료의 단위가 이처럼 커지는 이유는 몇 가지가 있을 것이다.

1. 시장 자체의 매력이 크다
아주 극단적으로 말해서, 세계지도를 봐도 어느 구석에 붙어있는지도 모르는 최빈국의 어린이들도 스포츠 종목 하나는 어지간하면 다 안다. 전세계적으로 동일한 시간에 진행되는 이벤트 가운데 스포츠 중계만큼 구미가 당기는(기업 입장에서) 비즈니스 분야도 없을 것이다.

2. 미디어의 다변화
중계권이라고 하면 단순히 TV를 통한 (생)중계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최근엔 그렇지도 않다. 인터넷을 비롯한 미디어는 지금의 젊은 세대에겐 오히려 TV나 라디오보다 친숙한 매체이며, 케이블 TV와 같은 매체는 올림픽이나 월드컵 조직위원회와 직접 협상을 하진 않지만 중계권을 갖고 있는 방송국이나 회사로부터 재편성권을 사오기도 한다. 쉽게 말해서 재방송도 아무나 마음 놓고 할 수가 없다는 뜻이다.

3. 안정적인 수익 기반
1번 항목과 같이 생각할 수도 있는데, 시장 자체가 워낙 잠재력이 크기 때문에 그만큼 안정적인 수익 기반이 될 수가 있다. 큰 돈을 투자해서 그보다 큰 액수를 벌어들이는 일이 생각만큼 쉬운 것도 아니고, 사업이라는 건 어느 정도는 위험 요소를 수반하기 마련. 그러나 스포츠 중계 시장은 위에서 살펴본 것 같이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작고 안정적이다.


일개 지역 민방에 불과(?)한 SBS가 이제 개막 한 달 앞으로 다가온 밴쿠버 동계올림픽을 단독으로 중계할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한다. 또한 SBS는 2012년과 2016년의 하계 올림픽, 그리고 2014년의 동계올림픽을 비롯해서 규모 면에서도 올림픽을 능가하는 월드컵에 대해서도 올해의 남아공 월드컵,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의 중계권까지 '싹쓸이'를 한 상태.

이런 지경에 이른 것에 대해 곱게 보기는 힘들 듯하다. 안 그래도 가뜩이나 경제도 어려운데 수억 달러에 달하는 외화를 퍼줄 필요가 있느냐는 것.

물론 그 반대에는 '국민들의 볼 권리'를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역시 안 그래도 가뜩이나 경제도 어려운데;; 우리나라 선수들이 선전하는 장면을 보면서 스트레스도 좀 풀고 치맥(치킨 + 맥주 콤보)도 처묵처묵 하면서 내수 경기도 좀 진작시키는(?) 효과 또한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의 상황에 대해 실질적인 이해 관계에 놓인 이들 외에도 일반 소비자로서도 간과하고 있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바로 이 중계권료 자체가 지나치게 비싸다는 것.

이 협상 테이블에서 갑(甲)의 위치에 있는 자와 을(乙)의 위치에 있는 자가 지나치게 불평등할 수밖에 없다는 한계는 있다. 어쨌든 칼자루를 쥐고 있는 쪽은 '저쪽'이지 '이쪽'이 아니다. 그리고 말이 협상이지 사실상 올림픽이나 월드컵 조직위원회와 같은 기구에선 어떤 식으로든 수익을 극대화하려고 하면서 일단 쎄게 불러보는 것은 지극히 쉽게 상상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닌가.



'불평등'이란 단어에서 스티븐 시걸 형님의 얼굴이 갑자기 떠오른 이유는 뭘까



위에도 이야기를 했듯이 방송사나 아니면 다른 회사가 지불하는 금액은 따지고 보면 소비자가 지불하는 것이기도 하다. 정말이지 디캠이나 웹사이트를 이용한 무단 중계 같은 불법 투쟁(?)이라도 벌여야 할 판이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고 했다. 혹시 또 모르지. 어떤 일이 벌어질지. 그런데 어쨌든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선 김연아 경기하고 쇼트트랙 경기, 그리고 남아공 월드컵 까지만이라도 좀 어떻게든 제대로 봤으면 하는데;;

지금까지 긴 이야기를 했지만, 개인적으로 꽤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하나는, SBS는 참... 스포츠 중계에선 어떤 종목이든 다 병맛;;이란 게 가장 큰 문제라면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