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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s

생소한 셜록홈즈: 아이언맨 1.5 버전





사전에 아무런 정보가 없었더라면 아주 간단하게 (영화 속)홈즈가 왓슨이고 왓슨이 홈즈인 줄로만 알 게 뻔하다. 그도 그럴 것이, 많은 사람들이 익히 알고 있던 '우아한' 이미지의 셜록홈즈는 없고 무지하게 우락부락하고 대부분의 문제를 주먹으로 해결하는, 난데 없는 '액션 히어로'가 떡하니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기억을 자세히 돌이켜 보면, 원작에서 홈즈는 책상물림 스타일의 척척박사는 아니었다. 각종 격투기와 복싱에 능하다는 설정이 있었고 아주 가끔은 완력을 구사하는 장면도 (원작에서)전혀 안 나온 게 아니니. 사실 원작의 해체와 재복원(이런 거창한 표현이 가능하다면)에 큰 관심을 가진 듯한 가이 리치 감독이 <셜록홈즈>에서 가장 의미심장하게(?) 넣은 장면은 망나니 같은 홈즈에게 왓슨이 시원하게 한 방을 날리는(!) 장면이었을 것이다.

그래도 여전히 남는 의문은 있다. 인류 역사상 이전의 시대와 가장 크게 단절을 이루는 산업혁명의 시기, 합리적이고 과학적이며 지성적인 사고의 대명사와도 같은 홈즈의 활약상이 마치 18세기 영국 런던의 베이커가를 무대로 한 아이언맨(;;)의 1.5 업그레이드 버전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그러니까 '굳이 홈즈여야 했을까'하는 것인데, 그런 선택이야 어디까지나 전적으로 창작자의 몫이니 그 자체는 그냥 의문이고 문제가 되진 않을 것이다.

솔직히 그보다 더 큰 문제가 있다. 주인공 자체가 좌충우돌하는 캐릭터든 뭣이든, 어쨌든 직업은 경찰도 민간인도 아닌 불안한 중간적인 존재인 탐정이 아닌가. 자신에게 들어온 의뢰든 뭣이든, 자신의 앞길을 가로막는 난관을 극복하는데(이 과정에서 머리를 쓰든 주먹을 쓰든) 그 과정에서 뭉뚱그려서 이야기할 수 있는 부분과 아주 세부적으로 보여줘야 하는 부분이 따로 있을 건데 연출에 있어 그 호흡이 참 희한하게도 너무 불규칙하다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이 영화 <셜록홈즈>에선 얼굴이 완전히 보이지도 않는 '희대의 악당이자 홈즈의 평생 라이벌'인 모리어티 교수를 2편에서 제대로 띄우기 위한 TV 드라마의 파일럿 시리즈 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시원시원한 액션과 조금은 독특한 눈요기로 행복한 것은 잠시. 2시간이 넘는 러닝타임이 과연 필요했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영화.

P.S:
영화를 보고서 나오는데 복도 벽에 'Coming Soon'이라고 씌어있는 개봉 예정작 포스터가 주루룩 붙어있었다. 그 중에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얼굴이 커다랗게 박혀있는 <아이언맨 2>의 포스터가 있었다. 이거 안 보면 포스터에서 튀어나와 한 대 후려칠 것만 같은 불안한;; 느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