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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가 아프고 한숨이 나오는 대통령과의 대화



우리는 매일 누군가와 대화를 한다. 실타래 풀리듯 스무스하게 잘 이어지기도 하지만 도대체 무엇 때문인지 꼬여서 잘 안 풀리는 경우도 많고. 후자의 경우, "당신의 의견에 동의하지는 않지만 당신의 의견을 밝히는 권리를 위해 투쟁하겠다"던 볼테르 같은 현자들과 우리 범인(凡人)들의 레벨 격차만을 재확인하는 결과만을 초래하기도 한다.

조금 전에 각 방송사를 통해 방영된 '대통령과의 대화'가 끝났다. '대화'가 잘 이뤄졌다고 보시는가.

대화라는 단어의 뜻만을 놓고 봤을 때, 그게 잘 풀렸다고 생각하는 사람 과연 있는가. 도대체 원하는 답변을 얻기가 이토록 어려워진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지 않은 사람 과연 있는가.

세종시 문제. 공무원 1만 명이 출퇴근을 하고 어쩌고 자족도시가 어떻고 하는 게 문제가 아니다(모르긴 몰라도 충청도에 생활 기반을 두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열 좀 받았을 듯하다). 이건 기본적으로 약속에 관한 문제이고, 신뢰에 관한 문제인 것이다.

4대강 살리기. 바로 이전, 그리고 그 이전 정권에서 2배 4배에 달하는 예산으로 '그와 비슷한' 사업을 벌이고자 했을 때 반대한 사람이 없다며 바로 그 자료까지 들고 나왔을 땐, 참 미안한 말이지만 무지하게 치졸해 보였다. 거기다가 왠 물고기 로봇;; -_- 유지 비용이 청계천의 몇 곱절은 들어가겠군.

부자 감세. 물론 여기에는 기업의 법인세가 포함되어 있긴 하다. 그런데 이와 관련한 이야기를 사람들이 할 때 가장 많이 예로 드는 종부세 폐지와 일자리 창출이 도대체 무슨 관련이 있다는 말인가.

그런데 사실 대통령과의 대화 프로그램을 지켜보면서 개인적으로 정말 놀랐으며, 이 사람의 진면목(?)을 확실히 알아볼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방청객의 질문에 대한 답변을 했을 때였다.

"아동 성범죄 같은 비인간적인 범죄를 저지른 자는 사회에서 격리를 시켜야 한다"는 답변. 그리고 초범이 재범이 된다는 답변. 물론 아동 대상 성범죄가 천인공노할 중죄인 것은 명백하다. 그런데 이건 당사자가 그와 같은 수준이라고 생각하는 '잘못'을 저지른 사람은 일말의 고려도 없이 내쳐야 한다는 말에 다름 아니다.

무시무시하다.

그리고 아프간 파병에 관한 질문이 나왔을 때. "특전사라고 다 가는 거 아니고 지원해서 가는 겁니다(그는 이 내용을 두 번이나 강조해서 말했다)" 이게 "등록금이 비싸면 공부해서 장학금 받으면 되지"라는 이야기와 뭐가 다른가.

그리고 또 한번, 다른 의미로 무시무시하다. 도대체 어떻게 이렇게까지 사고의 차원(?)이 다른 건가.

머리가 아프고 한숨이 저절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