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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

영화처럼 by 가네시로 가즈키



가네시로 가즈키라는 작가를, 일반적으로 이야기하는 '재일동포'라는 분류에 넣기는 힘들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그는 마치 그의 작품 'GO'에 나왔던 것처럼 조총련계 출신이니까(나름 독실한 맑시스트 출신인 그의 아버지 덕택이라고 한다). 구획 짓기에 익숙한 우리의(동시에, 일본에서의) 입장에서 보면 그렇다고 할 수 있겠지만, 그보다는 그가 그렇게 평생토록 불안하게 외줄을 타는(탈 수밖에 없었던) 상황에서 그의 문학적 감수성이 더욱 도드라졌고, 그러면서 나는 이렇게 재미있는 그의 작품을 읽을 수 있었던 것에 대해 감사하게 되는 상황이 고맙게 느껴진다고 할 수 있겠다.

'GO'와 다른 그의 작품들, 그러니까 '레볼루션 No.3', 그리고 연이은 '플라이, 대디 플라이', '스피드', '연애소설' 이후 꼭꼭 숨었나 싶더니 그의 신작이 나왔다. 제목은 '영화처럼'. 그의 신작을 지난 주에 교보문고에서 확인하고 이걸 현장에서 살까 조금 싼 인터넷 서점에서 살까 30분 넘게 고민하다 결국 애용하는 알라딘에서 '질렀다'. 질렀다는 표현은, 딸랑 그거 한 권 때문이 아니라 평소부터 보고 싶었던 다른 책들과 함께 샀기 때문에(그래서, 당분간은 책 리뷰가 포스팅에 올라오지 않을까 한다).

각설하고, 가네시로 가즈키의 신상(?)은 다행스럽게도 이전의 무진장 유쾌하고 생기발랄한 모습으로 돌아온 듯한 모습을 보여주어 되게 반갑다. 단편집인데, 각각의 작품은 매우 유명한 영화의 제목들을 제각각 제목으로 하면서 자신 스스로의 영화에 대한 애정을 보여주고 있다.

마지막 작품인 '사랑의 샘' 때문인지 마치 영화 '시네마 천국'을 연상시키기도 하는 이 단편집에선 역시나 참으로 가슴 따뜻하고, 때로는 흥미진진하고, 때로는 무진장 웃기기도 하면서 때로는 나름 심각한, 그러면서도 전혀 위화감이란 걸 느낄 수가 없는 작가의 재기발랄함에 자연스러운 미소를 띄울 수가 있다.

각각의 작품(다시 이야기하지만, 단편집이다)에 제목으로 붙은 '태양은 가득히', '정무문', '프랭키와 자니' 등의 영화를 본 적이 없어도 상관은 없다. 어쩌면, 가네시로 가즈키라는 작가는 생각보다 노련한(?) 사람일지도?! 비유하자면, 무더운 여름날 시원한 녹차(그보다는, 우롱차가 낫겠다)를 쭉 들이키고 난 다음의 상쾌한 기분을 맛볼 수 있는 작품이다.

영화처럼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가네시로 가즈키 (북폴리오,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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