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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왜 김정운 사진 공개에 열심일까?




딱 열흘 전, 한국의 모든 언론은 일본 방송인 TV아사히에 '제대로 낚였다'. 멀쩡한 한국인 사진 한 장을 북한 김정일의 후계자인 3남 김정운이라고 먼저 소개한 게 TV아사히인데, 이걸 사실 확인도 거치지 않은 채 그대로 보도를 한 것. 기자란 존재들이 뭐 그 동네나 이 동네가 거기서 거기니 단순한 해프닝으로 봐도 무방하다.


이후 마이니치신문은 이런 사태에도 굴하지 않고(?) 이번엔 제대로 된 김정운의 사진(그래봐야 틴에이저 시절이니 대략 10여 년 전의 사진)을 공개했다. 아직까지 이 사진의 주인이라고 나타나는 한국인은 없으니(?) 이번엔 진짜라고 봐야 할 듯. 훗.

그러다가, 갑자기 궁금해졌다. 일본은 왜 김정운의 사진 공개에 이렇게 열심일까?


맨 처음으로 돌아가 보자. TV아사히에 한국인 모씨의 사진이 김정운이라고 처음 공개되었을 때, 그저 간단히 "이게 김정운이다"라고 끝난 게 아니다. 특집(Feature)의 형식을 빌어 전한 기사에선 스튜디오의 벽면 자체에 저 사진을 도배했고 심지어는 선글라스를 벗긴 합성 사진까지 등장시켰다.

그리고 마이니치신문이 (아직까진 정확한 것으로 보이는)새로운 김정운의 사진을 입수했을 때 이 사진의 진위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가장 먼저 찾은 사람은 전직이 김정일의 개인 요리사(-_-)인 일본인이었다. 그뿐인가. 마이니치를 비롯한 일본 미디어는 10여 년 전 스위스에서 같이 학교를 다녔다는 동창까지 찾아나서는 찌질함을 과시했다. 솔직히 무지하게 친하지 않았다면 10년 전 동창에 대해 무슨 기억이 남아있을까.

결국 확인할 수 있는 건, 일본 미디어는 우리네 생각보다 훨씬 더 연성화되어 있다는 것인데, 사실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일본의, 일본 미디어의, 그리고 일본 국민들의 이와 같은 김정운에 대한 관심은 분명 정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번에 김정운의 사진을 공개한 아사히나 마이니치가 일본 내에서도 꼴보수로 평가 받는 요미우리나 산케이가 아니라는 점도 이와 같은 추측을 가능하게 한다. 만약 요미우리나 산케이였다면 그럴 수도 있다고 넘어갈 수 있겠지만, 아사히나 마이니치는 이에 비해 상대적으로(어디까지나 상대적으로) 진보 쪽에 가깝다고 평가 받는 미디어가 아니던가. 그런데도 그랬으니.

요즘 상황에서 북한이 대외적인 위협의 수위를 높이면서 이에 대해 가장 큰 반감을 갖는 나라는 오히려 남한보다도 일본이 더하지 않나 하는 느낌까지 들게 한다. 2차대전에서 패전한 추축국의 일원이었던 독일이나 이탈리아가 헌법까지 뜯어고치면서 무장을 확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걸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사실 따지고 보면 이제 나이 서른도 안 된 김정운의 (비교적 최근)얼굴이 애초부터 TV나 신문에 자주 나왔다면 이런 해프닝도 없었다. 김정운의 사진 공개를 둘러싼 일본 미디어의 이와 같은 '지극한(?) 관심'은, 북한의 폐쇄성을 꼬집는 것임이 자명하고 더 나아가선 북한에 대한 모종의 흠집 내기로 봐도 무방할 것이다.

P.S. 1:
김정일의 장남인 김정남은 애초부터 스스로 아버지를 따라 북한의 후계자가 되는 것엔 관심이 없었다고 하며 해외로 떠돌고 있는데, 최근엔 살해 위협까지 받았다는 이야기가 확인되지 않은 보도를 통해 흘러나왔다. 그리고 김정일 스스로가 '자신과 가장 닮았다고 생각하는' 3남인 김정운을 후계자로 지명하고. 도대체 북한이란 동네는 뭐 하는 데냐... 지금이 무슨 삼국시대냐 위진남북조 시대냐.

P.S. 2:
북한이 최근 들어 무력시위의 수준을 높이는 건 사실인데, 이에 대한 일본의 반응 또한 점입가경인 게 사실이다. 특수부대를 투입해서 위협 요소를 사전에 제거한다나 뭐라나. 이런 광경을 두고 한국의 소위 '보수주의자'라고 하는 사람들은 뭐하는 거냐. 진정한 보수주의라면 이웃 국가의 무장 강화가 가장 첨예하게 항거해야 할 사안이 아닌가. 하긴, 우리나라에 보수 우파가 언제 있긴 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