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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

SF 느와르, 다이디타운(Dydee Town): by 폴 윌슨


'다이디타운', 흥미로운 소설을 한 권 읽었다. 지난 번에 포스팅했던 '라스 만차스 통신'과 비슷한 구석이 있다면, 오리지널리티가 그리 뛰어난 편은 아닌, 전에 어디선가 본 구석이 굉장히 많은 작품이란 점이다.


그러니까 이런 식이다:

- 처음 4페이지를 보고 난 느낌: 이건, 윌리엄 깁슨의 뉴로맨서
- 첫 장(Chapter)을 보고 난 느낌: 완전 레이몬드 챈들런데?
- 두 번째 장(Chapter)을 보고 난 느낌: 이런, 이건 순진한 존 그리샴이야
- 끝까지 다 보고 난 느낌: 킥킥, 이건 마이클 베이 감독의 열라 깨는 SF 아일랜드아냐

다이디타운의 주인공 시그문드는 사립탐정이다. 지금으로부터 수백 년의 시간이 흐른 미래를 배경으로 한 이 소설에선 다른 많은 작품에서 너무너무너무 익숙한 온갖 '꺼리'들을 만날 수 있다. 예컨대 복제인간, 신종 마약, 실제의 그것보다 몇 배나 강렬한 오르가즘을 느끼게 하는 장치인 '버튼', 그리고 강력한 산아제한 정책으로 어두운 구석에 내몰리는 수많은 '둘째들'(소설에선 '업둥이'란 표현을 쓴다) 등등.

전체적으로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재미있는 작품이고, 소설에 묘사된 장면들을 머릿속에서 상상을 하면서 읽는다면 더욱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위에 이야기한 많은 요소들에 거부감이 없는 독자라면 더욱 더.

P.S:
영화도 그렇고, 소설도 그렇지만 다른 작품에서 이미 익숙한 요소를 따온다는 것 자체는 절대로 비난을 받을 일은 아니다. 그런 점에서 봤을 때 많은 이들이 존경을 표시하는 '오리지널' 작품의 창작자들이 더더욱 위대해 보이는 것이다... 레이몬드 챈들러도 그렇고, 에드가 앨런 포우도 그렇고, 러브크래프트도 그렇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