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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s

자작 컴필 OST



뭔가 착 가라앉은 기분이 계속 드는 요 며칠이다. 날씨는 한여름을 방불케 할 정도로 더워 그냥 훌러덩 벗고 동해바다나 계곡에 풍덩 빠지면 좋으련만. 일도 그렇고 시국도 그렇고 해서, 그냥 이렇게 자작 컴필레이션 OST나 만들어서 mp3에 넣어 귀에 꽂고 다니기만 하고 있다.


01. Across the Universe(by Fiona Apple: Pleasantville)


사실 영화를 보진 못했다. 그런데 서핑 중에 우연찮게 들은 이 곡의 처연한 목소리가 너무 마음에 들어 수소문 끝에 결국 알아냈다. 플레전트빌에 나왔더군. 사실 동명의 영화(어크로스 더 유니버스)는 21세기 최고의 뮤지컬이라고 생각하는데 혹시 거기 내가 못 듣는 사이에;; 흘러갔나 했더니 그건 아니었고. 피오나 애플의 보컬은 초장부터 청취자(?)를 그냥 '늘어지게' 만들 것이다.


02. The Wrestler(by Bruce Springsteen: The Wrestler)

영화 '레슬러'의 OST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곡이라면 단연 G'n'R의 Sweet child o' mine이다. 마지막 경기를 준비하는 주인공이 무대 뒤에서 출전 준비를 갖추자 흘러나온 기타 리프에 소름이 좌라락 끼치기까지 했을 정도니. 그런데 이 슬픈 영화가 끝나고 스탭 롤이 흐를 때 쓸쓸하게 흐르던 브루스 스프링스틴의 노래를, 끝까지 다 듣지 않을 수가 없었다.


03. Slow Motion(by Third Eye Blind)

고백하자면 이 곡은 아직까지 어느 영화에도 나오질 않았다. 한 4년 쯤 전인가, 개인적으로 쓰던 장편 시나리오가 하나 있는데 그 상황에 가장 잘 어울리는 곡이라서 부득이하게(?), 그리고 그 분위기가 너무 좋아서 넣었다. 써드 아이 블라인드는 '우리, 사랑일까요?'와 '예스맨'의 OST에 참여한 바 있다고.


04. The Blower's Daughter(by Damien Rice: Closer)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서로 살면서도 허전하고 한 없이 공허한 사람들. 클로저를 보면서 참 '연극적이구나'라고 생각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원작은 연극이었다. 출연하는 배우들도 모두 참 좋아하는 배우들이고, 분위기도 잔잔해서 좋았던 영화. 그런데 왜 마지막 장면을 보고 울컥했는지. 아, 물론 말할 것도 없이 데미안 라이스의 주제곡은 최고였고. 데미안 라이스는 작년 펜타포트 때 한국에 온다고 했다가 취소하는 바람에 팬들에게 실망을 안겼는데, 올 초에 결국 한국을 찾기도 했다.


05. Old and Wise(by Alan Parsons Project: 비열한 거리)

젊은 날의 한 때 '조직'에 몸을 담았던 어렸을 적 친구가 하나 있다. 한 10여 년 만에 만나 술잔을 기울이다가, 정말로 뜬금 없이 그 친구가 꺼낸 이야기가 있다. "비열한 거리, 안 봤으면 꼭 봐라. 죽인다." 사실 그래서 챙겨보게 된 영환데, 정말 안 봤으면 후회했을 영화였다. 그런데 (영화에서처럼)룸싸롱에서 가오 잡고 부르기엔 좀 거시기한 노래 아냐?!


06. Against all odds(by Phil Collins: Against all odds)

이 영화도 보진 못했다. 젊은 날의 제프 브리지스와 제임스 우즈가 나왔던 영화로만 기억하고, 그 노래는 옛날에 통기타 한참 칠 때 깨작거리면서 연습했던 기억이 남아 있다. 그보단 최근에 국내 모 자동차 CF에 한국 가수가 부른 버전을 듣고는 옛날 생각이 나서 원곡을 다시 찾아서 듣게 된 케이스.


07. Stand by me(by Ben.E.King: Stand by me)

감성을 건드리는 연출이 뛰어난 로브 라이너 감독은, 역시나 감성을 건드리는 필력이 뛰어난 스티븐 킹(그의 작품 리스트는 결코 '호러 일변도'가 아니다)과 이 때부터 만나면서 서로의 감성을 공유했을 게다. 그리고 이 영화가 기억에 남는 이유는, 당연히 어린 날의 리버 피닉스가 출연했기 때문에. 길버트 그레이프와 함께 성장 영화의 걸작으로 스탠 바이 미를 꼽고 싶다.


08. The Hands that built America(by U2: Gangs of New York)


정리하면서 보니까 안 본 영화가 꽤 되네. -_-;; 사실 영화는 아직까지도 그리 땡기진 않는데, 그저 오로지 U2가 OST를 맡아 주제곡을 보노 형님이 불렀다는 것 때문에 리스트에 넣었다. 이 영화, 무슨 내용이죠?


09. Shape of my Heart(by Sting: Leon)

닥치고 감독판 캐강추. 극장판과 감독판이 이렇게도 다른 경우는 본 적이 없다. U2와 함께 가장 좋아하는 아티스트로 스팅을 꼽기에 무조건 넣는다.


10. Angel Eyes(by Sting: Leaving Las Vegas)


그리고 그렇게 스팅을 좋아하기에 한 곡 더 넣는다. 연출을 맡은 마이크 피기스 감독은 그 자신이 제법 솜씨가 있는 재즈 연주자(색소폰을 주로 분다고)이기도 한데 이 영화에선 스팅에게 OST를 맡기길 정말 잘 했다. 술 먹으면서 보면 더 분위기 땡기는 영화.


11. When a Man loves a Woman(by Percy Sledge: When a Man loves a Woman)

앤디 가르시아가 나온 동명의 영화는 보질 못했고, 오히려 이 곡은 고딩 시절 즐겨 보던 미드 '머나먼 정글(Tour of Duty)'에서 흘렀던 장면을 본 기억이 더 강하다. 이름은 기억 나질 않는 한 병사가 전역을 앞두고선 이런저런 임무에서 열외를 친다. 동료들은 이 지옥에서 빠져나갈 그를 두고 엄청 부러워하고, 그 병사도 짐짓 겉으로는 좋아 죽겠다고는 하지만 그는 오히려 집에 가는 걸 바라지 않는다. 고향에 돌아가봐야 반겨줄 가족이 없기 때문. 그 병사가 결국 미국으로 돌아와서, 비행기 트랩에서 내릴 때 퍼시 슬레지의 이 노래가 흐른다.


12. A Whiter Shade of Pale(by Procol Harum: The Commitments)

이 역시 옛날에 통기타를 퉁기면서 무지하게 불렀던 노래고, 알란 파커 감독의 커미트먼트에서 약간 장난스럽게("Sixteen Vestal Virgins에서 Virgin이, 내가 생각하는 '처녀' 맞냐? ㅋㅋㅋ") 흐를 때 미소를 머금게 했다. 커미트먼트에선 주옥 같은 소울 넘버가 주루루룩 흐르는데, 영화에 출연하고자 오디션을 본 모든 배우들에게 알란 파커 감독이 요구한 바는 "모든 곡을 직접 연주하고, 직접 부를 것'이라고 한다.


13. Pale blue Eyes(by Velvet Underground: 접속)


굉장히 '모던'했던 영화, 장윤현 감독의 '접속'의 OST에서 가장 유명한 곡이라면 아무래도 사라 본의 Lover's Concerto겠지만 사실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Pale blue Eyes가 더 많이 나온다(한 3번 정도 나왔던 걸로 기억). 이전까지 한국 영화 OST에선 저작권의 개념 자체가 캐무시된 경우가 전부였는데, 접속은 OST에 나온 곡들의 저작권을 모두 깔끔히 해결하고 진행했던 걸로도 유명하다.


14. It is the End(by 이시영: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꽤 오랜 기간 동안, 그 충격적이었던 영화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의 엔딩에 흘러나왔던 바로 그 노래를 외국곡으로 알고 지냈다. 가사도, 가수도 찾기 힘들었는데 알고 보니 이시영이란 가수가 부른 곡이었다는 걸 알고 허탈했던 기억이. 게다가 노래도 원곡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별도로 만들어진, 말 그대로 '오리지널 넘버'였다.


15. Gortoz a Ran(by Denez Prigent & Lisa Gerrard: Black Hawk Down)

블랙 호크 다운처럼 정신 산란한(?) 영화에 이토록 잔잔한 노래가? 믿기 힘들겠지만 시작 전의 간주만 들으면, 무릎을 탁 치게 될 것이다. 이 노래에서 희한한 부분은, 영어가 아닌 이 가사는 영화의 배경인 아프리카(소말리아)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것이다. 검색을 좀 해보니 플라망어(Flamand語)인데, 북유럽 계통의 고어(古語)라고. 핏줄(?)로 따지자면 아프리카보다는 반지의 제왕에 더 가까운 것이다.


16. Samba Pati(by Santana: The Fan)

로버트 드 니로가 야구광 사이코 살인마로 나온 그 영화, '더 팬'에서, 웨슬리 스나입스가 '굴러 온 돌' 베니시오 델 토로에게 밀려 주전 자리를 놓치자 드 니로가 직접 델 토로를 '방법'한다. 그리고 사망한 베니시오 델 토로의 생전 모습이 야구장의 전광판에 흐를 때 바로 이 곡이 흐른다. 본 컴필 OST에서 유일하게 보컬이 없는 연주곡.


17. Mr. Fletcher's Song(by Jean Michel Bernard & Moe Holmes: Be kind Rewind)


할리우드판 시네마천국이라 할 만한 영화, 비 카인드 리와인드를 볼 때 용산 철거민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삶의 터전을 송두리째 빼앗긴 이들이 마지막까지 꾼 꿈은 영화에선 이렇게 낭만적이었지만, 우리네 이웃은 목숨을 잃었다. 그것도 모자라 테러리스트라는 오명까지 뒤집어 쓰고. 그 생각에 눈물이 찔끔.




다음엔 좀 신나는 곡 위주로 OST를 뽑으려 한다. 그만큼 신나는 일도 많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