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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K리그, 인천 유나이티드 이야기



전체 일정의 1/3 가량이 마감된 2009 K리그는 여전히 리그 타이틀 스폰서를 구하지 못해 아직도 그냥 2009 K리그다. 그건 그렇고,

올해의 K리그는 작년에 우승을 차지한 수원이 순위 최하위에 떨어져 있고 전통의 강호인 포항, 울산 등이 아직 겸손하다(?). 작년에 수원과 불꽃을 튀겼던 서울이 초반에 헤매더니 최근 약간 치고 올라오는 기세.

그보다는 정말 의외의 팀들이 초반부터 굳건하게 리그 최상위를 차지하고 있는 게 특이하다. MGB(Mad Green Boys)들을 설레이게 하는 전북의 강세는 그야말로 '전북셀로나'라고 불릴 만한데, 리그에서 무패를 달리다가 지난 주말에 천적 부산에 덜미를 잡혔지만 여전히 골득실에서 우월한 1위.

다음으론 많은 축구 관계자들을 불안(?)하게 만드는 광주 상무 불사조가 선두 전북과 같은 승점을 달리고 있다. '최성국 일병 효과'를 말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것도 그렇지만 김명중의 결정력이 높은 순도를 발휘하고 있는 것도 광주의 선두권 형성에 큰 요인일 것이다. 여기에 '용대사르' 김용대의 결정적인 선방도 경기마다 하이라이트를 찍어주고 있고.

다음이 인천 유나이티드인데, 이 팀은 조금 웃긴다. 아, 여기에서 '웃긴다'는 표현을 두고 혹시 뭔가 문제가 생길까봐 한 마디. 글쓴이는 인천 유나이티드의 광팬이다. 먼저 말해둘 필요가 있을 것 같아서.

현재 인유의 승점도 전북, 광주와 같다. 그런데 포스팅 제목에서도 볼 수 있지만, 인유는 경기에서 도통 점수가 많이 나질 않는다.


게다가 위 표에서도 볼 수 있듯이, 팀 득점이 승점의 절반이다. -_- 대부분 팀은 승점과 득점이 비슷하거나, 득점이 근소하게 많은(전북, 전남 등) 상황. 득점이 승점보다 적다곤 해도 기껏 몇 점 차이 정도밖엔 안 나는데 아예 절반. 도대체 이래서야...

그런데 또 희한한 건 9경기가 지난 상황에서 실점이 '겨우' 3점밖에 안 된다는 것. 작년 시즌에 대구가 리그에서 최다 득점과 최다 실점을 모두 먹었는데 솔직히 이 정도로 '웃기진' 않았다. ㅋㅋㅋ

인천이 올해부터 페트코비치 감독이 사령탑을 맡으면서 수비진의 포맷을 작년의 쓰리백에서 포백으로 바꾸긴 했는데, 그렇게 달라진 것이 리그 최소 실점의 이유가 되긴 힘들 것이다. 원래 쓰리백이 포백보다 오히려 더 수비 지향적인 포맷 아니던가. 그보다는 중앙 미들에서부터의 홀딩 플레이와 지역방어가 유기적으로 연결된 결과라고 봐야 할 것이다.


포백의 가운데 자리에 선 두 명의 수비수 중 임중용은 원래부터 리그에선 능력을 인정 받는 수비수였고, 위 사진의 안재준이 능력을 발휘하면서 인유가 올해부터 안정적인 수비를 운영할 수 있게 된 듯하다. 그리고 중앙에는 원래부터 홀딩 플레이에 능숙했던 노종건이 올해 부산으로부터 영입된 도화성과 나란히 선 더블 볼란치 형태로 경기에 임하는 것이 인유가 최소 실점을 달리는 바탕이 된다(사실 팬으로서 불만이 없는 건 아니다. 위에 이야기한 것처럼 중앙미들인 노종건과 도화성은 홀딩에는 강하지만 공격 전환 상황에선 그리 유연하지 못하고, 무엇보다 기본적으로 공격적인 성향의 선수들이 아니다).

수비 이야기를 많이 했지만, 올해 인천 유나이티드를 이야기하면서 빼먹으면 안 되는 선수가 있다. 바로 리그 1/3밖에 지나지 않은 상태에서 신인왕 수상을 거의 거머쥔 특급 루키 유병수.


홍익대를 중퇴하고 09 시즌에 드래프트에 나와 인유로부터 첫 지명을 받은 유병수는 현재까지 컵 대회 포함해서 6골, 4도움을 기록하고 있다. 6골 중 결승골이 3골일 정도로 팀 기여도가 높고, 공격 센스가 탁월하며 발도 빠른 데다 심지어 세트 피스 옵션(프리킥)까지 갖추고 있다. 입단 전부터 큰 관심을 모았던 강원의 두 새내기 중 N리그에선 '괴물' 소리를 들었던 김영후는 아직 리그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고 다른 루키 윤준하는 초반의 돌풍이 최근 들어 살짝 수그러들고 있는 가운데 유병수의 활약은 단연 돋보인다.

하지만 유병수가 이렇게 독보적인 활약을 보이면서 상대적으로 인유 팬들의 시름도 늘어난다. 이유? 당연하지. 이 정도의 공격수를 부자 구단들이 가만 놔둘 리가 없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이정수부터 시작해서 최효진, 김치우, 이근호 등등 팀에서 잘 해주던 선수들이 썰물 빠지듯 빠져나가는 광경을 눈물을 삼키며 목도했던 팬들이 아닌가. 병수야, 적당히만 잘해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