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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선수노조는 필요하다




2009년의 한국프로야구는 시즌 초반부터 호사가들의 구미를 당기는 여러 가지 떡밥을 제공하고 있다. WBC에서의 선전을 등에 업고 팬들의 관심이 집중되어 작년의 500만 관중을 넘어 550만, 600만이 가능하지 않을까 점쳐지기도 했고 중계권자와 케이블 방송사간의 협상이 난항으로 이어지며 급기야는 방송이 중단되기도 했으며 눈쌀을 찌푸리게 한 빈볼 시비도 있었다.

그런 이야기들 중에서, 노동절을 앞두고 촉발된 선수노조에 관한 부분도 2009 KBO의 가장 큰 이슈들 중 하나가 아닐까 한다.

현재까진 임의단체인 선수협의회가 구성되어 있는데, 선수들의 종합적인 복지 부분 등에 있어 목소리를 내도 KBO에서 영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 노조를 구성하겠다는 측의 입장이다. 이에 대한 의견을 내는 일조차 매우 예민하게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는 각 구단의 주장들은 일단 '원칙적으로 찬성'한다고 하거나 아예 노코멘트를 하는 등 극도로 말을 아끼는 상황이다.

반면 선수노조의 창립을 반대하는 측에선 '시기상조론'이나 '작금의 경제위기론'을 들고 있다. 일단 노조가 구성되고 나면 무엇보다 선수들의 연봉이 대폭 상향될 것이 불을 보듯 빤한 일이 될 것이라는 게 반대 측의 사실상 가장 강력한 의견 개진이다.

만약 선수노조가 정말로 구성이 된다면, 각 구단의 '사용자' 협의체 혹은 KBO와의 협상 테이블에 나설 때 가장 강력한 무기인 '파업'을 들 수도 있다. '스트라이크(Strike)'는, 야구에서 가장 강력한 임팩트라는 건 당연한 사실인데 앞으로의 스트라이크는 이전까지의 스트라이크와는 차원이 다른 일구(一球)가 되는 것이다!

어쨌든, 많은 우려의 시각이 있지만, 그럼에도 선수노조는 필요하다.

연봉으로 수억을 챙기는 소수의 스타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식비로만 써도 부족한 월급 100만원으로 지방의 여관을 전전하며 1군 도약을 꿈꾸는 수많은 후보생들과 연습생들을 위해서(이런 선수들은 대개 치명적인 부상이 있어도 꽁꽁 숨길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리고 사실상 매우 불평등한 계약을 강요당할 수밖에 없는, 또 수많은 선수들을 위해서.

팬들과 구단, 그리고 KBO와 함께 한국프로야구에서 한 축을 담당하는 중요한 존재들인 선수들이 (프로는 돈으로 말한다지만)꼭 돈으로서가 아니라 제대로 된 대접을 받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일이 특혜가 아닌 당연한 권리가 되어야 하기에 선수노조는 필요한 것이다.

물론 현재 헌법상으로 프로야구 선수들은 임금근로자가 아니라 개인사업자로 분류되어 있는 등 난제는 많다. 그리고 실제 사업장의 노조 상황을 보면 일부의 경우 '귀족노조' 소리를 듣는 것이 현실인데, 단체협약 등에서 비정규직이나 시간제 근로자(사실상 이들의 상황이 프로야구의 연습생과 크게 다르진 않을 것이다)의 처우 문제는 간과하는 것 등에서 문제가 지적되는 것이다.

이와 같은 부분들을 극복하고 결국 선수들이 원하는 바를 이루기를 바란다. 그래도 세상이 조금은 더 발전할 수 있고, 더 나아질 수 있다고 믿는 글쓴이가 생각하는 건 바로 이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