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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너넨 참 답이 안 나온다



"악법도 법이다"

지금으로부터 약 3,000년 전에 소크라테스가 한 말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믿고 있다. 최근에 와서야 그게 실제로 소크라테스가 한 말이 아니며, 그의 제자인 플라톤이 자신의 저서에서(소크라테스의 저작은 사실 하나도 없다. 소크라테스의 사상에 대해서 오늘날까지 전해지는 책은 모두 소크라테스가 플라톤을 비롯한 제자들과의 대화를 기록한 것이다) 언급한 것이 왜곡되어 지금에 이르게 된 것이라는 설이 설득력을 얻고는 있지만.

그의 지성에 감화된 간수가 외부와 내통(?)하여 탈옥을 시키고자 했는데, 소크라테스가 그것을 거부했다는 일화도 유명하다. '악법도 법이다'라는 말을 실제로 소크라테스가 했는지의 여부에 대해선 논쟁이 있지만 이 '프리즌 브레이크'를 스스로 거부한 일화는 학계에서도 대체로 사실이라고 받아들이고 있다.

바로 이 에피소드에서 부풀려진 말이 바로 "(나에게 유죄 판결을 내린)당신들의 말이 모두 옳으니 알아서 죽어드리겠습니다(?)"라는 의미 정도로 많은 이들이 받아들이고 있는(정확히 말하자면, 그렇게 받아들이도록 교육을 받은) '악법도 법이다'라는 말이 되겠다.

하여튼 이 유명한 문구에 관한 논쟁은 대체로 두 가지 부류로 이어진다.

하나.
첫 문단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일단 소크라테스가 실제로 그런 말을 했는지의 여부다. 플라톤의 저작인 '소크라테스의 변명(혹은 변론)'에 저 말이 나오는데, 이 책은 소크라테스의 사상을 (제자들과의)대화 형식을 빌어 기록한 것이다. 그러니까 소크라테스 왈, 제자1 왈, 제자2 왈, 소크라테스 부연해서 왈, 하는 식.

요즘처럼 녹음기가 있었던 시절도 아니고, 플라톤이 아무리 뛰어난 기억력의 소유자라 하더라도 소크라테스가 기나긴 시절 동안 읊었던 그 모든 말들을 딸딸딸 암기해서 문자 그대로, 토씨 하나 빼먹지 않고 그대로 옮겨 적었을 가능성이 높을까, 아니면 문맥을 깨뜨리지 않는 한도 내에서 대략 그러했다, 하는 식으로 기록했을 가능성이 높을까?

둘.
앞 뒤 싹 잘라먹고, 딱 저 문구만 놓고 문구 그대로 해석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소크라테스는 결국 스스로 독배를 마시긴 했지만 법정에서의 최후 변론에서조차 진리에 대한 사랑(즉, 철학 Philosophy)을 역설했으며 자신의 뜻을 굽히지는 않았다(는 것 또한 사실로 확인된다).

또한 고대 그리스는 주지의 사실처럼 구성원 모두가 참정권을 갖지도 않은, 귀족정 사회다. 특히 서양의 귀족들이 자신의 목숨만큼 소중히 여기는 것은 바로 명예. 불명예스럽게도 탈옥을 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당대의 지식인이었던 소크라테스에게 '죽으면 죽었지 결코 실행에 옮기기는 힘든' 일이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만약 소크라테스가 탈옥을 해서 목숨을 부지했다 치자. 그가 어디에서 어떤 경로로 자신의 사상을 떨치고자 할 것인가? YMCA 야학? 방과후 프로그램?


자, 이런 논쟁이 있다는 것을 소개했지만, 결국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기원전의 한 철학자가 한 말을 21세기의 지금까지 곧이 곧대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즉, 지킬 가치가 없는 악법은 어겨서 깨뜨려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4월1일부터 인터넷에서 시행 중인 제한적 본인확인제는 일일 평균 방문자가 10만을 넘는 사이트에 대한, 사실상의 인터넷 실명제다. 누가 어떤 글을 어느 게시판에 언제 올렸는지 알 수 있게 하지는 취지.

이를 두고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라고 규정한 것은 유튜브. 그리고 당연하게도, 구글도 이에 대한 공식 입장을 내놓고 있다.


우리, 솔직해지자. 정말 심각하게 문제시될 수 있는 글이 만약 있다면, 그걸 누가 올렸는지 모르나? 왜 이래, 아마추어같이. 미네르바, 있잖아. 딱히 실명제라고도 하기 힘든 다음 아고라에서 활동했던 미네르바는 그럼 누가 잡아들였나? 사이버수사대는 무슨 초능력이라도 부린 겐가?


길게 이야기했는데, 정말 가관인 것은 이와 같은 상황을 보는 조선일보의 시각이다.

기사(조선일보): 구글, 법망은 피하고 이득만 챙기겠다?

제목부터 악의적으로 뽑은 건 물론이고, '얕은 속임수'니 하는 저열한 표현까지 써가며 구글 흠집내기에 열을 올리고 있는, 이 못되먹은 족벌 언론이 왜 지금처럼 욕을 먹고 있는지 명확히 보여주는 사례라고 하겠다.

물론 조선일보가 제한적 본인확인제를 악법이라고 하고 있지는 않다. 그저 구글이 국내법을 교묘히 피하고 있다, 고만 하는데 지금까지 '법'과 '원칙'을 무던히도 내세웠던 집단(혹은 한 명의 권력자)의 실제 정체가 과연 어떠했는지는 굳이 되새길 필요조차 없는 것이다.

조선일보, 너넨 참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안 나오는 것 같다.

P.S:
온라인에서건 오프라인에서건 조선일보 쪽으론 고개도 안 돌리는 내가 오늘 아침부터 조선일보의 이 기사를 접한 건, 구글 개인화 페이지의 뉴스 클리핑에서다. 이런 아이러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