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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s

장기하와 얼굴들에 관한 단상


블로그를 꾸리고 있는 이라면, 100%라고 봐도 좋다. 도대체 누가, 어떻게 자신의 블로그에 들어오는지를 궁금해 한다. 티스토리도 그렇고, 네이버 등 포털의 블로그도 관리자 모드에 들어가면 유입경로를 확인할 수 있다.

본 블로그의 유입경로를 확인했더니 아래와 같았다.


이전에 장기하와 얼굴들의 음악을 올렸을 때가 '압도적으로' 많았던 것이다. 그리고 매우 기쁘다. 난 장기하와 얼굴들(그리고 미미시스터즈)의 노골적인 팬이다. MSN 대화명을 '싸구려 커피'라고 했을 때 사람들이 물었다. 도대체 그게 뭔 소리냐고. 이런, 한참 뒤떨어진 사람들 같으니. 장안의 화제, 최고의 히트곡을 모르다니.

장기하와 얼굴들은 바로 어제,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에서 최우수 록 노래(싸구려 커피)상과 올해의 노래상, 그리고 네티즌이 뽑은 올해의 음악인 남자가수상을 수상했다.


장기하와 얼굴들의 음악과 퍼포먼스가, 단지 뭔가 좀 독특하고 눈길을 끌 만큼 코믹해서 지금처럼 유명(?)해진 것은 아닐 것이다.

장기하와 얼굴들, 그리고 그들의 음악, 퍼포먼스, 거기에는 페이소스가 있다.

싸구려 커피와, 달이 차오른다 가자, 그리고 나를 받아주오 등의 노래를 듣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리고 심지어는 리더 본인도 인정했듯이, 장기하와 얼굴들의 음악이 젖줄을 대고 있는 대상이라면 송창식과 김창완 등 기본적으로 포크 계열.

포크 장르는 그저 멜로디만 구슬픈 음악이 아니다. 익히 알려진 밥 딜런과 조안 바에즈, 가깝게는 한대수, 김민기, 정태춘 등의 아티스트를 생각해 보자.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강렬한 메시지, 불합리한 사회에 대한 저항 의식 등이 아니던가.

후기에 이르러 포크를 적극적으로 시도한 존 레논
존 레논은 이 시기에 심지어 미국 입국 금지까지 당했다

물론 장기하와 얼굴들의 음악은, 가사도 그렇고 멜로디도 그렇고 급진적인 어떤 것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냉소, 허무 쪽에 좀 더 가깝다고 할까.

일자리가 없는 청년들의 수는 역사가 시작된 이래 최대이고, 빈부의 격차는 이전과는 비교할 수조차 없을 정도로 거대해지며, 피를 흘려 얻어낸 민주주의는 뒷걸음질을 치고 있다. 이런 작금의 상황이 '말을 하면 아무도 못 알아들을지 몰라 지레 겁먹고 벙어리가 되'게 하거나(달이 차오른다 가자), 집에 돌아와선 '내 마음 조각내 놓고'(나를 받아주오)를 읊조리게 하거나, 여전히 혼자서 '이거는 뭔가 아니다 싶'다고만(싸구려 커피) 되뇌이게 하는 건 아닐까.

대부분의 선구적인 아티스트가 그렇듯이 장기하 본인은 이런 식의 컨텍스트적인 해석을 경계하고 있지만 그의 노래에 한두 명도 아니고 이렇게 많은 팬들이 열광하고 있다는 것은 어떤 식으로든 현상을 반영하고 있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다시 돌아와서, 지금 가뜩이나 척박한 가요계에 장기하와 얼굴들 같은 밴드가 등장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박수를 쳐줄 일이다. 얼굴만 예쁜 붕어들이 득세하는 천박한 TV의 쇼프로에서 이처럼 의미 있는 밴드가 '얼굴들'을 내민 게 정말 얼마만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