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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s

두 개의 문, 가슴이 먹먹해진 순간

 

 

 

 

특정 사안에 대해서, 극영화보다 다큐멘터리가 더욱 '객관적'이라고 하는 건 그냥 사람들의 그릇된 인식일 뿐이다. 오히려 선동에 있어서 극영화보다는 다큐멘터리가 더욱 효과적(?)인 Tool이 될 수 있다는 근거는 바로 그런 사람들의 인식에 뿌리를 두고 있다. '뉴스 릴은 진실을 보여준다'는 믿음이야말로 지금의 2MB 정권 하에선 너무나도 순진하기 그지 없는 것.

 

2009년 벽두에 서울 한복판에서 벌어진 초유의 사건, 무려 6명의 생명이 사라졌던 바로 그 사건은 아직도 우리 뇌리에 남아있다. 용산참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두 개의 문'은 사실 철거민 농성자들을 일방적으로 옹호하거나 폄하하지도 않고, 당시 현장에 투입되었던 경찰특공대 대원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입장을 취하고 있다.

 

적어도 그렇게 보이긴 하는데, 그렇다고 해서 이 작품이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바가 없는가? 당연히 그렇지는 않다. 그것은 필름에서 인터뷰이로 나왔던 이의 입을 통해 발화한다: (다소 무리한 요구일 수는 있겠지만)시민이 자신의 요구를 주장하는 일을 경찰병력까지 동원하여 몰아내는 것. 그것이 바로 용산참사의 본질이며, 사건 당시 조중동을 비롯한 보수 미디어가 그토록 부르짖던 '사건의 배후'인 것이다.

 

덧붙이면, 당시 현장의 경찰 쪽 실제 채증 영상이 곳곳에 삽입되어 있다. 좁고 어두컴컴한 건물 계단, 도중엔 철문이 굳게 가로막혀 있고, 사방에서 흩뿌려지는 엄청난 양의 물로 인해 시야는 막혀 있으며, 사방팔방에선 사람들이 이리 뛰고 저리 뛰면서 외치는 소리들. 이 현장이 '영화 촬영 현장'이 아니라 '실제 상황'이었던 걸 생각하니... 정말 무섭고 온몸에 두드러기가 돋아났다.

 

바로 그 현장에서 유명을 달리한 사람들은, 인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얼마나 무서웠을까. 고인들의 명복을 빈다.

 

 

P.S: 위 영화 속 경찰특공대 복장을 하고 있는 모델은 희한하게도 만화가 최규석이라고. '습지생태보고서'란 작품으로 유명한 그는 이 영화를 보고서 스스로 명예 배급위원이 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