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News

에닝요의 국가대표팀 승선, 어떻게 봐야 할까

 

 

 

 

최근 에닝요의 한국 귀화 후 대표팀 승선에 관한 이야기에선, 뭔가 수상쩍은 구석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게 나꼼수의 김어준 총수 말마따나 '세상을 삐딱하게 보는 것이 아니라, 삐딱한 세상을 똑바로 보려 하니까 자꾸 삐딱하게 보이는 것'인 것 같기도 한데, 아무튼 그런 식으로 일단 알리바이를 세워놓자.

 

 

확실히 에닝요는 K리그 디펜딩 챔피언 전북의 '닥공축구'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측면과 중앙을 가리지 않는 2선 공격수이자 프리키커로 활약 중. 이미 올해 초 전지훈련 중 한 미디어와 가진 인터뷰에서 대한민국 국적 취득에 대해 조심스럽게 언급했을 때만 해도 그냥 그런 일이 있었나보다 정도로 지나갔던 게 사실이다.

 

에닝요 이전에도 K리그에서 뛰었거나, 현재 뛰고 있는 선수들 중 일정 수준 이상의 기량을 갖춘 선수를 귀화시켜 A대표팀으로 보내자는 이야기는 있었다. 개인적인 기억으론 아마 전남에서 전성기를 보냈던 브라질의 마시엘이 그 시초가 아니었나 싶은데, 성남에서 뛰면서 '모따신'이란 별명도 있었던 브라질의 모따는 심지어 대한민국 국가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사진 촬영을 하기도 했다.

 

 

 

 

바로 이렇게. 이런 선수들 말고도 유고 연방 출신의 샤샤 드라쿨리치 같은 선수들이 아주 구체적으로 거론되기도 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없던 일이 되곤 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이른바 국민 감정이란 것과 이 선수들이 그래서 그렇게 반드시 필요한 전력인 것이냐 하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 결코 긍정적으로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에닝요와는 조금 다른 측면에서 조명되고 있는 선수가 지금 수원에서 뛰고 있는 라돈치치. 그는 몬테테그로 국적을 갖고 있는데, 채 스무 살도 되기 전에 한국 땅을 밟아(그는 인천유나이티드에서 K리그 생활을 시작했다) 일본에서 임대로 뛴 한 시즌을 제외하면 국내에서 7년이 넘게 체류했으며 한국말도 유창하다. 한국 생활 5년이 넘어가는데도 간단한 인삿말 정도밖에 할줄 모르는 에닝요에 비하면 훨씬 '한국인'에 가까운 외국인이 아니냐는 것.

 

 

그런데 이 과정에서, 정작 중요한 선수의 기량을 간과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의문이다. 물론 에닝요 정도의 선수라면 K리그에선 분명히 누구나 탐을 낼 만한 기량을 갖추고 있는 것은 맞지만 그것이 국대 레벨에서도 통할 것이냐 하는 점. 지구방위대 수준의 스쿼드로 팀을 동시에 3개 정도 꾸릴 수 있다는 브라질 출신이라서 대표팀에 뽑히는 게 어렵기도 했겠지만 그가 현재 A팀의 주력 공격자원인 이청용이나 이근호, 남태희, 한상운 같은 선수들보다 아주 월등히 뛰어난지는 생각을 해봐야 할 문제다. 그리고 얼마 전 병역 연기로 물의를 빚은 박주영 문제와 맞물리면서 한층 더 뜨거운 논쟁거리가 되기도 한다.

 

 

이 포스팅의 주제와는 약간 다른 이야긴데, 개인적으론 박주영이 그렇게까지 심한 비난을 받을 만한 행위를 저질렀는지 의문이다. 그 대상이 혹시 '박주영'이기 때문에 그런 비난이 더 심하게 쏟아지는 건 아닌가 한다는 것. 아니할 말로, MLB에서 추신수는 음주운전 소동 직전까지 메이저리그 전체 타자들 가운데서도 손에 꼽을 만큼 뛰어난 활약을 보였는데 바로 그 때 박주영과 똑 같은 케이스로 병역을 연기할 것이라고 했다고 가정하자. 과연 지금 박주영에게 쏟아지는 비난과 같은 수준의 비난이 나왔을까? 결코 아니라는 것에, 박주영보다 추신수에 사람들은 조금 더 호의적이었을 거라는 것에 이번 달 수입의 절반을 걸어도 좋다.

 

 

그리고 또 다른 한 가지 의문점은, 지금 대표팀의 최강희 감독이 직접 에닝요의 A팀 승선을 언급했는지 정확히 확인할 수가 없다는 점이다. 물론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애제자인 에닝요를 중용하길 원할 수는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알고 있는 평소 그의 성향으로 봐서 앞뒤 가리지 않고 무턱대고 특정 외국인 선수를 콕 집어서 귀화시킨 후 A팀에 올리고 싶다는 발언을 할 가능성이 그리 높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보다는 이제 완전 허깨비들의 동아리가 된 대한축구협회가 이런저런 일처리를 하는 과정에서 우왕좌왕하며 모 기자에게 소스를 흘렸는데 이젠 그걸 주워담지도 못할 지경에 이르렀을 가능성이 천 배는 높지.

 

다분히 개인적인 의견인데, 이번 에닝요의 케이스는 말 그대로 해프닝으로 끝날 공산이 크다고 본다. 그렇지만 대표팀 경기에만 목을 메는 사람들이 많은 대한민국 축구의 특성상 앞으로 이와 비슷한 일은 언제든 또 일어날 수 있다. '외국인이 감히'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에 오를 수는 없다고 하는 의견은 지나친 내셔널리즘이라 치부할 수도 있고, '바야흐로 글로벌 시대'인데 순혈주의만 부르짖는 것도 경우에 맞지 않는다는 의견은 이른바 국민 감정을 도외시한 것이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다.

 

누구에게나 논리는 올바르다. 그것이 객관적이지 않아서 문제지만. 어쨌든 그 모든 의견을 하나로 수렴할 때 가장 중요시해야 할 것은, 당연하지만 해당 선수의 실력일 것이다. 실력이 되고, 한국 국적을 갖고 있는 선수라면 당연히 A팀 주전이 될 것이고 그게 아니라 실력이 떨어지면 최고 수준의 연봉을 받는 선수라도 주전 경쟁에서 탈락할 것이다.

 

이런 기본적인 사실을 망각하고 있으니 '논쟁'이 생기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