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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

괴수영화 속의 두뇌전쟁사, 흥미롭기는 하지만

 

 

 

흥미로운 제목의 책, '괴수영화 속의 두뇌전쟁사'를 보고선 '낚였다!'는 생각이 냉큼 들었다. 그러니까... 까마득한 옛날(?)에 태어난 일본의 고지라나 미국(영화)의 프랑켄슈타인, 늑대인간 같은 괴수들이 나오는 영화에 대한 철학적 고찰 같은 내용이 들어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

그런데 막상 책 속 내용은, 어지간한 랩퍼 못지 않은 현란한 입담(?)을 과시하는 저자가, KTX 뺨치는 속도로 지금까지 그가 접했던 대부분의 대상을 비아냥거리기에 바쁘다. 그리고 그 비아냥의 대상이, 저자가 정치적으로 지지하는(듯한) 포지션과 대척점의 위치에 있을 때 특히 불편할 것이다(내가 그랬으니). 그럴 일이야 없겠지만, 진중권이 지금보다 30% 정도 더 깐족대고, 변희재가 지금보다 60% 정도 더 느끼하게 나올 때 둘이 딱 합체를 하면 이 책의 저자인 최석진이란 인물이 될 것만 같다는 생각이...

그렇다고 책 속에서 고지라나 프랑켄슈타인 같은 이야기를 전혀 하지 않는 건 아니다. 대부분의 SF 작품이 그렇지만 이런저런 메타포로 점철되어 있어서 한 꺼풀을 벗겨보며 음미할 때 더욱 큰 재미를 발견할 수 있다는 점을 상기시키기도 하고, 특히 저자 스스로가 과거에 '환빠'('환단고기빠', 즉 다소 박약한 근거로 우리나라의 역사를 뻥튀기한;;; 내용에 심취한 사람들을 일컫는데, 인터넷 공간에선 이에 반대되는 개념인 '환까'도 있다)였다고 고백하면서 줄줄줄 늘어놓는 전쟁사는... 정말이지 탁월하다.

 

 

그런데, 그냥 그게 전부다. 다방면에 걸친 저자의 지식이 풍부한 것은 사실이지만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 결국 독자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바에 대한 일관성이 부족하다. 전반적으로 책이 중구난방이고, 가독성이 떨어진다. 하다 못해 책의 편집이나 폰트, 종이 질이라도 좀 세련되었으면 좋았을 걸, 이건 무슨 80년대 대학 구내 출판사에서 찍어낸 책도 아니고;;

아주 특이하면서도 흥미로운 테마에 본격적으로 천착한 책이긴 한데, 그 이상의 의미는 없다. 누구에게나 추천할 만한 책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