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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s

에이리언 시리즈를 다시 보다





올 여름 개봉 예정인 영화, 리들리 스콧 감독(이 양반은 올해 팔순이 넘었는데도 아직 감독을!)의 '프로메테우스' 영상을 보다 보니까 괜히;; 에이리언 시리즈가 땡겨서 고화질 버전으로 다운받아서 다시 봤다. 1편부터 3편까지만 봤고 4편은 아직. 그런데 애초에 알려지기론 프로메테우스가 에이리언 시리즈의 프리퀄 정도로 기획이 되었는데, 스포일러가 유출된 것 때문인지 아니면 또 다른 어떤 이유 때문인지 스케일이 원래보다 더 커졌다는 후문. 터미네이터 시리즈도 그랬는데, 이런 식으로 도중에 기획이 달라진 경우 결과물은 좀 별로였는데...

아무튼 그렇게 에이리언 시리즈를 다시 보니까, 이전에 봤을 때 놓쳤던 부분도 있고(나는 1편과 2편은 비디오로, 3편과 4편은 영화관에서 봤다) 또 더욱 새롭고도 흥미롭게 느껴진 부분도 있더군. 에이리언 시리즈에 관한, 나름 흥미로운 에피소드들 몇 가지.


에이리언(Alien, 1979/리들리 스콧 감독)

우선 주변에서 의외로 많이들 모르고 있는 사실 하나. 이 막강하고도 흉측한 외계 생물의 디자인을 담당한 이는 스위스 태생의 화가이자 조각가인 H.R.기거(Giger). 원래 이 영화의 크리쳐 디자인은 기거 말고 다른 이가 맡기로 했는데 연출자인 리들리 스콧의 강력한 추천으로 그가 디자인을 맡게 되었다고.

무려 30여 년 전의 영화를 다시 보니 좀 웃겼던 게, 우주선 노스트로모호의 컴퓨터 모니터 명령어가 도스;; 비슷한 걸로 나왔던 것. 그리고 미지의 행성에 불시착해서 현장 조사를 나간 노스트로모호 승무원들은 거대한 에이리언이 앉아있는 것 같은 우주선 조종석(?) 비스무리한 걸 발견하는데, 이와 아주 비슷한 비주얼이 프로메테우스에도 나온다. 참고로 프로메테우스에도 H.R.기거가 참여하고 있다.


에이리언 2(Aliens, 1986/제임스 카메론 감독)

우리나라에선 1편보다 2편이 먼저 극장에서 개봉을 했고, 나중에 뒤늦게 개봉한 1편은 '에이리언즈 원'이란 제목을 달고 나왔다. 그런데 2편에선 에이리언이 떼거지로 나오는데 1편에선 한 마리밖에 안 나오잖아? 왜 '에이리언즈'란 복수형 제목을 단 건지? ㅎㅎㅎ 하여튼 이런 저간의 사정을 몰랐던 이들 중 몇은 1편을 나중에 보고서 배신감을 느꼈다고;;

그리고 또 하나 에이리언 2편에 관한 특이한 사실. 2편에는 H.R.기거가 직접 참여하질 않았다(시리즈 전체 가운데 유일하게 '에이리언의 아버지'가 참여하지 않은 영화).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선택이었는데, 어차피 전쟁영화를 연상시킬 정도로 장면 전환이 빠르고 스펙타클이 넘쳐흐르는 이 영화에 어울리는(?) 선택이었을 수도.





이번에 다시 영화를 보면서 알게 된 사실인데, 2편 시작하고서 지구에 무사히 당도한 리플리(시고니 위버)가 자신의 딸을 찾는 장면이 나온다(이런 장면은 전혀 기억에 없었다. 이전에 비디오와 TV에서 10번은 넘게 봤을 텐데;;). 그런데 우주에서 냉동 수면 상태로 1백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으니... 지구에 살고 있던 딸이 아직 살아있을 리가 없다. 이미 호호할머니가 되어서 사망한 상태.

이 장면에서 리플리가 아주 괴로워하는데, 나중에 문제가 생긴 식민 행성으로 우주 해병대와 함께 갔을 때 어린 꼬맹이(뉴트)를 보고는 마치 엄마처럼 다정스레 대하는 장면이 더 설득력을 얻게 된다. 그리고 마지막, 이 꼬맹이를 구하기 위해 골리앗;;에 올라 타고서 '퀸 에이리언'과 대결을 펼치는 장면도 더더욱 설득력을 얻게 되는 것.

꽤 예전에 개봉한 영화지만, 에이리언 시리즈 중에선 우리나라에서 극장 흥행 기록이 가장 높다고 한다.


에이리언 3(Alien 3, 1992/데이빗 핀처 감독)





MTV에서 뮤직비디오를 연출했던 게 경력의 거의 전부였던, 당시만 해도 애송이였던 데이빗 핀처 감독을 선임한 것에 대해 제작사인 20세기폭스사에선 상당한 우려를 나타냈다고 한다. 게다가 당시만 해도 꽤 큰 제작비가 들어간 영화였는데도 감독은 촬영 도중 행한 모 미디어와의 인터뷰에서 '제작사는 이 영화를 수천만 관객이 보길 원하겠지만, 난 나와 내 가족과 친구 몇 명 정도만 보고 만족할 영화를 만들고 있는 중'이란 투의 언급을 해서 뭇 사람들을 불안하게;; 만들기도 했다. 어쨌든, 그 결과물은 매우 인상적인 것이었다(에이리언 시리즈 중에 글쓴이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에이리언 시리즈를 지탱해 왔던, 시리즈 그 자체이기도 했던 주인공을 죽여버리는(!) 엔딩으로 숱한 논란을 낳기도 했던 시리즈. 예전에 영화관에서 엔딩 장면을 봤을 때도 그런 느낌이었는데, 용광로에 스스로 몸을 던지는 주인공의 가슴을 뚫고 나온 새끼 에이리언을 보듬는(?) 리플리의 손길이 꼭 아기를 보듬는 엄마 같았다.

그래서 말인데, 바로 위 사진 속 장면, 그러니까 에이리언이 리플리를 보고서 그냥 죽여버리지 않고 유심히 살펴보는(?) 장면에선 저 에이리언이 리플리를 정말로 자기 엄마(적어도, 자신의 생명을 어떻게든 계속 이어갈 수 있게 해준 존재)로 인식하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또 하나 새롭게 느꼈던 것 중에 하나는, 시고니 위버가 정말로 '연기'를 참 잘 하는 배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 남자들, 그것도 강력범들만 있는 행성에 불시착한 이후 리플리는 이미 사망한 것으로 처리된 2편의 꼬맹이 뉴트의 시체를 부검하자고 강력히 요구하는데 당연히 그 아이 안에 묻어(?)있을지도 모르는 에이리언 때문. 그런데 거의 자신의 딸과 같은 아이의 시체가 부검되는 과정을 지켜보는 그녀의 표정이 정말로 슬픔에 푹 젖어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에이리언 4(Alien Ressurection, 1997/쟝 삐에르 쥬네 감독)





원래는 프랑스에서 마르끄 까로 감독과 함께, '델리카트슨' 같은 영화를 공동 연출하기도 했고 공동으로 시나리오를 쓰기도 했는데 무슨 이유에선지 에이리언 시리즈에는 쟝 삐에르 쥬네 감독 혼자만 연출을 맡았다. 후문에 의하면 마르끄 까로 감독이 미국으로(정확히는, 할리우드로) 진출하는 것을 무지 싫어했다는 이야기도 들렸는데 정확한 건 당사자만이 알겠지.

에이리언 시리즈는 4편에 와서 거의 최초로, 시고니 위버 말고 의미 있는 '여성' 캐릭터가 등장한다(근데 그게 하필이면 안드로이드;;;). 콜 역으로 나온 위노나 라이더는, 이 영화에 참여하고서 한 미디어와 가진 인터뷰에서 '어렸을 때 시고니 위버 아줌마;;가 나온 에이리언 1편을 너무너무 보고 싶었는데, 어린이들은 보면 안 되는 영화라고 부모님이 영화관에 데려다주지 않아서 무지 속상했다. 그런데 지금 나는 대배우 시고니 위버와 함께 이 시리즈를 찍고 있다'고 말하면서 꽤 흥분을 했다고.

전작인 3편에서 죽어버린, '에이리언 엄마' 리플리를 용광로의 찌끄러기에서 유전자 공학 뭐시기를 통해 다시 살려낸 연출이 조금 억지스럽긴 했다. 그렇긴 해도 리플리는 여기선 '진짜로' 에이리언의 상대역(?)이 된다(자세한 내용은... 직접 영화를 보시라;;; 요건 아직 다시보기를 시전하지 않았는데, 이전에 영화관에서 봤던 내 기억이 맞다면 자세한 내용을 말하기가 좀 곤란한 상황이다).

그리고, 리플리를 비롯한 등장인물들이 지구에 도착하는 것이 엔딩 장면으로 나오는 최초의 시리즈이기도 하다.


아~ 프로메테우스 빨리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