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ooks

탐욕의 시대 by 장 지글러



이야기 하나.
전세계에서 커피를 가장 많이 생산하는 국가는 브라질, 콜롬비아, 에티오피아 등(국내에 들어오는 커피는 베트남 산이 많다). 1989년 이후 커피의 소비자 가격은 몇 년에 걸쳐 무려 세 배가 비싸진 대신 정작 커피를 생산하는 농부들이 손에 쥐는 돈은 절반으로 줄었다. 이유가 뭘까?


세계지도를 펼쳐놓고 보면, 브라질과 콜롬비아, 에티오피아와 베트남 등은 정치적으로나 군사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있다. 네슬레나 크래프트 등의 초거대 다국적 기업들은 석유생산국기구(OPEC)의 시스템을 빌어 국제커피협약(ICA)이란 걸 만들어 놓고 생산자의 수익을 보장하는 정책을 취했다. 정치적으로, 군사 전략적으로 그렇게 중요한 곳에 위치한 민중들이 '공산주의'에 경도되는 걸 막기 위해서.


하지만 소비에트연방이 붕괴되고 모종의 위험이 제거되자, 국제커피협약을 만든 다국적 기업들은 스스로의 손으로 그걸 해체해버렸다. 커피의 소비자 가격은 올라갔는데 제3세계 농부들의 수입은 줄어든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이야기 둘.
21세기에 들어선 지금도, 전세계에선 5초에 한 명씩, 다섯 살 미만의 어린이들이 영양실조와 기아로 숨을 거둔다. 평균적으로 한 해에 절대적인 기아와, 그것으로부터 직접적으로 비롯된 질병으로 목숨을 잃는 사람이 남한 인구에 맞먹는 4천만 명이고, 그들이 걸리는 질병 대부분은 이미 수십 년 전에 인류의 의학이 완벽히 정복한 병이다.


유럽이나 북미에서라면 불과 몇 유로, 몇 달러만 있으면 동네 드럭스토어에서도 살 수 있는 약으로 완치가 가능한 이런 질병 때문에 수천만의 사람들이 죽어나가고 있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이미 알고는 있는 사실이지만, 체화하기는 힘든 내용을 격정적으로 늘어놓아 독자의 폐부를 찌르는 책이 바로 '탐욕의 시대'이다. 작년과 재작년에 나름 베스트셀러가 되었던,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의 저자인 장 지글러는 전작에선 정말 낮은 목소리로 일관하는가 싶었지만 이번엔 정말 본격적인 대안을 제시한다.


어떤 대안? 바로 혁명을 이야기하고 있다.


물론 그도 이야기한다. 자신은 급진적인 좌파 단체의 지도자가 아니라는 것을. 그저 유엔식량기구 소속으로 근무했던 기간 동안 자신이 겪고 느꼈던 바를 솔직하게 글로 쓴 연약한 지식인에 불과하다는 것을.


그래서 더 중요한 게 바로 혁명인 거다.


당연하지만 혁명은 뭔가 거창한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그렇지도 않다. 전세계적으로 온갖 추악한 일거리를 일삼는, 그러면서도 '먹거리 갖고 장난 치는' 초거대 다국적 기업인 네슬레나 크래프트(사실 네슬레가 어떤 기업인지는 이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크래프트라는 회사가 어떤 회산지 이번에 알았다)의 제품을 사먹지 않는 것으로부터 시작하는 게 바로 우리가 할 일인 것이다.


지금의 세상은 어둡고 캄캄하지만, 그래도 앞으로, 조금은 더, 많은 사람들이 행복해질 수 있고 조금은 더 나은 세상이 될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에게 장 지글러의 '탐욕의 시대'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