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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

올림픽의 몸값 by 오쿠다 히데오



요즘엔 책 읽는 것 말고는, 다른 일로 개인적인 시간을 보낸 일이 별로 없기에 계속 책 리뷰 포스팅이 올라온다. ㅎㅎㅎ 그래도 이렇게, 싸게 먹히는(?) 취미를 갖고 있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재치 넘치는 이야기꾼으로 통하는 오쿠다 히데오의 '올림픽이 몸값'. 원래 올림픽이나 월드컵 같은 큰 규모의 국제 행사를 개최한다는 것 자체가 정치적일 수밖에 없는데, 그 중에서도 특히 1964년의 도쿄올림픽은 정치적인 함의가 흘러넘친 수준이었다.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전쟁에서 패해 쫄딱 망한 나라가 보란듯이 올림픽을 유치한 것은 너무나도 노골적인 정치적 제스처였던 것(이런 점에서, 우리나라가 전쟁에서 패망한 건 아니지만 1988년 서울올림픽을 준비하던 모습이 겹치기도 한다).

도쿄대에 재학 중인 한 젊은이가 세상의 이런저런 부조리에 환멸을 느껴 도쿄올림픽을 인질(?)로 잡아 폭탄으로 날려버리겠다는 협박장을 경찰에 전달한다. 그를 검거하기 위해 대거 동원된 경찰 인력. 이 과정에서 일본에만 있는 특이한 행정 조직의 구분을 볼 수가 있는데, 그것은 바로 형사부와 공안부. 그러니까 쉽게 말하자면, 할리우드산 범죄영화에 종종 나오는 일선 경찰과 FBI의 차이, 우리나라 범죄영화에도 몇 번 나왔던 일선 경찰과 광역수사대의 차이 정도라고 보면 되겠다.


'공중그네'나 '인 더 풀', 아니면 '남쪽으로 튀어!' 같은, 약간은 소소한(?) 이야기에 재능을 보였던 오쿠다 히데오로선 다소 의외의 선택으로 여겨질 만큼 스케일 큰 범죄 서스펜스물이다. 하지만 호흡이 늘어지거나 하는 일은 없으며, 전체적으로 어디선가 봤던 장면이 자주 스쳐지나가긴 하지만 캐릭터도 탄탄하다. 무엇보다 아주 재미있다.

덧붙이면, 최근 들어 오쿠다 히데오의 일부 발언(미국이 일본에 원자폭탄을 떨군 게 '뻔뻔한' 행위였다느니, 독도는 한국보다 일본에 가까이 있으니 분명 일본땅이라느니 하는)을 두고 무개념 수구 꼴통의 범주에 넣어야 한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개인적으론 뭐, 그 정도까지는 아니라고 본다. 대신 '올림픽의 몸값'이란 작품을 읽으면, '남쪽으로 튀어'와는 달리 그의 꼰대;;; 기질이 제대로 드러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