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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s

이끼(2010), 더 나은 영화가 될 수 있었을 텐데





1.
영화 초반에 '이끼'에 관한 대사, 이끼를 직접적으로 언급하는 대사가 나온다(이것은 원작 웹툰에는 없었던 대사다). 원작이 따로 있긴 하지만, 이것은 감독의 비전이 만들어낸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다,라고 강우석 감독이 낙관을 콱 찍어버리는 듯한 느낌을 받아서 약간은 조마조마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영화가 끝나고 나서 그 느낌은 아주 확실해졌다.


2.
원작을 안 본 사람이라면 그럭저럭 흥미롭게 볼 수 있는 '스릴러'일 것이고, 원작을 본 사람이라면 그냥 영 맹탕인 '서스펜스'일 것이다. 그런데 아주 후하게 잡아서, 이 영화를 그럭저럭 흥미로운 스릴러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도 '도대체 저 캐릭터가 저기서 왜 저런 대사를 하며 왜 저런 장면이 펼쳐지는지' 어리둥절할 만한 부분이 최소 두 군데 이상 나온다. 이유는 간단하다. 앞뒤 맥락도 없이 그저 원작을 따다 붙이기에만 충실(?)했기 때문이다.


3.
강우석 감독은 이제 계속 연출자로 남기에는 감각이 너무 낡고, 무뎌졌다. 이런 지적은 사실 한두 해 전부터 나온 건 아니다. 특히 정재영, 박해일, 김상호, 유해진 같이 능력 있는 배우들로부터 이끌어낼 수 있는 연기 디렉팅이 이렇게도 부족할줄은 몰랐다... 게다가 그리도 어색하기 짝이 없는 사투리는 왜 계속 시키는 건지 참...


4.
원작인 웹툰과 영화는 완전히 다른 그 어떤 것이라고 양보한다고 해도, 영화를 보고 나서 두고두고 아쉬웠던 부분이 있다. 원작의 분위기를 완전히 압축해서 보여주는 대사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것은 초반의 해국(박해일)이 했던 "여기 내가 있으면 안 되는 이유라도 있습니까?"와, 석만(김상호)의 "우리가 그렇게 이상하냐?"였다. 이 두 대사는 원작에도 나온다.

조금만 신경을 더 썼으면 한국 영화사상 최고의 명장면을 만들 수도 있었을 분위기와, 대사가 아닐까 했는데... 으윽.


5.
강우석 감독이 능력이 없는 이는 분명히 아니다. 하지만 그것이 연출자로서의 능력이냐고 묻는다면, 이제는 부족하다고 이야기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그에게는 정말 제작자 직함이 딱 어울리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