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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s

박중훈, '비와 당신'





아침부터 비가 주룩주룩 내려서, 이 분위기에 잘 어울릴 만한 노래는 뭐가 있을까 잠깐 생각하다가 금방 떠오른 곡. 바로 영화 <라디오 스타>에서 박중훈이 불렀던 노래 '비와 당신'이었다.





박중훈이 부른 오리지날 버전도 좋지만, 유앤미블루가 새로 편곡한 노래도 좋다. 그러고 보니 저 영화가 개봉했던 4년 전에 썼던 리뷰(네이버 블로그 시절)도 생각나서 옮겨본다.



모든 영화는 자신이 누리고자 하는 가치가 있다. 미학적으로 완벽하(려고 하)거나, 화끈하고도 아찔하면서도 재미있는 2시간을 책임지(려고 하)거나, 아니면 다분히 정치적인 한 목소리를 내(려고 하)거나, 또 그도 아니면 여배우나 확실하게 벗어제끼(려고 하)거나. 하여튼 많은 영화들은 자세히 찾아보면 어디에선가는 자신이 가야 할 길을 보여준다.

그러니까 위에 이야기한 '그런' 게 없으면 후진 영화가 된다는 소린데, 사실은 그렇게 딱 부러지게 이야기할 수만은 없는 영화도 있다. 그리고 그런 영화들 중에서 내심 지지하고 싶은 영화가 있기도 하다. 어느 자리에 놓기도 어중간한, 하지만 마음으로 끌리는 영화. 뭐 복잡하게 이야기하기는 했지만 어쨌든 재미있고, 또 보고 싶고, 가슴이 통하는 사람들과 함께 보고 싶은 영화.

'라디오 스타'가 바로 그런 영화일 수도 있고, 또 아닐 수도 있다.

이제 퇴물이 된 왕년의 스타 가수와 매니저의 이야기. 여러 방식의 드라마가 무궁무진하게 나올 수 있다. '라디오 스타'에선 바로 그 경우의 수에서 가장 바람직한 열매를 맺고 있다. 즉, 퇴물도 아니라 나이 생각 않고 아예 악동처럼 구는 옛날의 스타와 그 곁에서 어떤 어려운 요구도 받아주는 아날로그 방식의 매니저. 일단 이것 만으로도 이야기는 '나오는데', 여기에 영화 속 대사에서도 나왔던 '7080세대'의 감수성을 건드리는 여러 코드는 위의 전제를 가능하게 하는 요소이다.

그런데 사실 '라디오 스타'는 정통 드라마의 형식으로 봤을 때에도 'FM'에 속하는 케이스다. 심경의 변화를 일으키는 주인공, 조력자, 주변의 인물들, 그리고 주인공의 앞길을 막는 방해물이 있고 이야기 자체는 고저 장단이 물 흐르듯이 이어진다. 시나리오가 참 잘 쓰여졌다는 이야기.

그리고 '라디오 스타'를 그저 가슴 따뜻한 휴먼 코믹 드라마라고 부르기가 아까운 이유, 우리가 미처 잊고 있던 사실이 하나 있다. 두 명의 주연인 안성기와 박중훈은 각각 50년과 20년이 넘는 연기 경력을 갖고 있는 대배우. 그들의 연기 아닌 연기는 무척 뛰어나다. 사실 돌이켜 보면 안성기라는 배우는 코미디에서 자신의 진가를 발휘한 바 있고, 박중훈은 노래를 무척 잘 한다(주제곡인 '비와 당신'을 그는 직접 부르기도 했다).

여기에 신중현 대인과 조용필 대인의 음악까지, 나무랄 데 없는 탄탄한 영화가 나왔다.

..이러저러하게 죽 늘어놓기는 했지만, 위에도 이야기한 것처럼 그저 마음 잘 맞는 친구들과 함께 보고 난 다음 소주 한 잔 기울이고 싶은 기분이 드는 영화다. 강력 추천!



어쨌든 '어른'의 영화다. 이 영화는. <라디오 스타>를 다시 보고 싶은, 비가 오는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