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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100분토론, 이젠 재미없다



MBC 100분토론의 애청자들이, 손석희 교수가 내려올 때부터 이 카랑카랑한 프로의 연성화를 경계했던 것은 사실이다. 당시만 해도 MBC 또한 MB(...)정권 이후 상당히 궁지에 몰렸으며, 권재홍 앵커의 데뷔 무대(?) 또한 위태위태하지 않았던가. 그러나 그렇게까지 가진 않을 것이라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었는데,

어젯밤... 정확히 말하면 오늘 새벽의 방송분을 보고선 '이제 백토도 그저 그렇구나'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젠 재미가 없다.




'다시 광장을 말한다'는 테마 자체는 구미가 당겼다. 이젠 아주 상징적인 공간이 된 서울광장(그리고 '광화문광장' ㅋㅋㅋ)에 관해서 이야기하고, 패널 또한 전원책과 진중권의 대결! 바쁘게 해야 할 일이 밀려있었는데도 일단 TV 앞에 앉았다.




오늘 새벽 방송분에 나왔던 장면은 아니지만, 이전부터 백토에 두 사람이 나왔다 하면 불꽃 튀는 승부(?)가 벌어졌던 것을 기억한다면 분명히 '그 이상'의 것을 상상하는 것은 무리가 아니었을 텐데, 아쉽게도 그렇질 못했다.


우선 방송 초반부터 패널들은 지엽적인 문제로 시간을 질질 끌었고, 그 때 그 때 주어지는 메인 테마와는 그리 관계도 없는 독백이 난무했다. 특정 테마에 관해 이야기할 때 종종 타이밍을 놓치는 일도 벌어졌고, 전반적으로 프로그램의 흐름 자체가 어수선하다는 느낌이 강했다.

이 문제들의 대부분 원인은 해설자인 박광온 위원에게서 찾을 수가 있다. 그는 뉴스 전달에는 나름 일가견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백토'의 진행자로서는 함량 미달이었다. 카리스마와 매끈한 솜씨를 모두 갖췄던 손석희 교수까진 바라지 않지만 그래도 영 어수선하고 딱딱 끊을 때 끊지 못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진행자의 능력 부족이다.


또한 메인 테마로부터 '현재'의 문제를 끄집어내는 것에도 실패했다(이 부분은 스탭진의 잘못일 것이다). 방송 도중 정희준 교수란 양반이 꽤 날카로운 지적을 했다고 생각하는데, 그 내용은 지금의 서울광장 언저리에서 일어나는(일어났던) 헤게모니 쟁탈은 이념보다는 자본의 문제(서울광장에서의 길거리응원을 두고 붉은악마와 서울시와 SKT와 현대기아자동차 사이에 있었던 일을 상기해보라)일 수 있다는 점이었다.


실망스러웠던 백토 자체와는 달리, 전원책과 진중권의 대결(?)은 언제나 흥미롭기는 하다. 그것이 꼭 WWE 선수들이 사전에 합을 짜고서 격투를 벌이는 흉내 비스무리해서 좀 우스운 그런 상황. 전원책 변호사가 가끔 언성을 높이는 것은, 그가 쉽게 흥분하기 때문이 아니라 그런 액션 자체는 다분히 전술적이고 때로는 전략적이기도 하다는 생각이다. 진중권 교수는(이젠 교수가 아니지만 일단 그렇게 부르기로 하자. 그게 편하니) 개인적인 전투력은 인정하지만 가끔은 일반인들이 너무 안 쓰는;; 비유나 단어를 들고나와 당황시킬 때가 많다.


아무튼 한 때 100분토론의 애청자를 자처했던 사람으로서, 보다 날카롭고 보다 진일보한 토론 프로그램이 되기를 바란다. 오늘 새벽은, 아무리 좋게 생각해도 너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