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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s

거부할 수 없는 영화, <대부>



"그에게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했지." 영화 역사에 길이 남을 명대사와 명장면으로 그득한 작품. 후대의 수많은 감독들과 배우들이 경애를 바치는 영화. 오리지널 필름이 미 스미소니언 박물관에 '역사적 기록물'이란 타이틀로 전시되어 있는 영화.

그냥 쉽게 말해, '전설'. <대부>가 디지털 복원 작업을 마치고 다시 개봉했다.

잡다한 부연은 굳이 붙일 필요조차 없다. 반드시 봐야 하는 영화.

그래서 오늘 포스팅에선 <대부>에 관해 꽤 '곁다리스러운' 몇 가지 이야기 정도만 해볼까 한다.



돈 콜레오네 역의 말론 브란도가 캐스팅 1순위가 아니었다는 사실은 유명하다(이는 마이클 콜레오네 역의 알 파치노도 마찬가지다). 양쪽 볼에 휴지를 말아서 넣고 조명을 한껏 어둡게 한 테스트 촬영분을 본 파라마운트의 사장은 사실 그가 누군지도 몰랐다고. 그런데 말론 브란도가 돈 콜레오네 역에 그리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을 꽤 많은 사람들이 한 것은, 말론 브란도가 영화 촬영 당시엔 아직 '젊은' 나이였기 때문이었다는 의견도 있다.


말론 브란도는 1924년생이고 영화가 1972년에 나왔으니 당시엔 '기껏해야' 48살인데, 60대에서 70대 정도의 나이인 돈 콜레오네 역에는 어울리지 않았을 수도 있다. 이전에 TV나 모니터로 봤을 땐 돈 콜레오네의 (늙은)분장이 잘 보이진 않았는데 아무래도 디지털 버전으로 큰 화면을 통해 보니 조금은 어색한(?) 분장이 눈에 확들어온다.


그리고 알 파치노는 1940년생으로 촬영 당시의 나이는 32세. 그는 아버지 역의 말론 브란도와 불과 16살 차이밖에 나지 않았던 것이다. 좀 의외였던 것은 영화 속 패밀리의 맏형이었던 산티노 콜레오네 역의 제임스 칸도 알 파치노와 동갑인 1940년생이란 것이다. 게다가 더 놀라운(?) 건 톰 헤이건 역의 로버트 듀발. 그는 1931년생이다...!!


<대부>를 처음 비디오로 본 게 대학생 때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 땐 영화 초반의 결혼식 장면이 꽤 지루하고 별 의미도 없이 길게만 느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나이 먹고서;; 다시 보니 이 영화의 결혼식 장면은 후에 이 가족이 맞게 되는 비극적인 일들을 더욱 도드라지게 하는 일종의 장치가 아닐까 한다.

영화에서 마이클은 아버지를 위해 반대파와 경찰서장을 제거하고 이탈리아의 시실리에서 도피 생활을 한다. 그 와중에도 시골 동네 처녀와 결혼식을 올리는데, 결혼식을 올리고서 불과 얼마 되지 않아 부인은 목숨을 잃는다. 이런 부분 또한 영화적 장치로서 꽤 유용하게 기능한다.


돈 콜레오네의 대자인 조니 폰테인의 영화 출연을 '제안(?)'하러 할리우드로 떠난 톰 헤이건. 그가 변호사로서 모시는 고객이 누구인지 아직 모르는 영화사 사장 잭 월츠는 "빌어먹을 이탈리아 놈들 떼거리로 몰려와도 안 무서워!"라고 몰아 붙이자 로버트 듀발이 냉소적인 표정을 지으면서 "난 독일계 아일랜드인입니다"라고 하는 대사는 <대부>라는 영화 전체에서도 가장 코믹한(?) 대사가 아닐까 한다.

그리고 영화 전체에서도 가장 충격적이었던 장면이 나온다. 잭 월츠가 아끼는 종마의 목을 잘라서 그의 침실에 놓아둔 것인데, 이 장면에 나왔던 '말대가리'는 정말 놀랍게도, 실제 말대가리;;였다는 것. 아무래도 당시엔 특수효과 기술이 떨어졌기 때문일 텐데 아무튼 실제 말대가리를 잘라서 냉동시켰다가 나중에 이 장면에 사용했다고.


영화 <대부>의 원작자인 마리오 푸조는, 실제 이탈리아 이민 출신으로 젊은 시절 실제 뉴욕에서 마피아 조직원으로 활동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 생생한 세계를 창조해 냈다고 한다. 소설 대부는 국내에서도 번역되어 출간되었는데, 맨 마지막 페이지에 그의 사진이 있다. 그 사진을 보고서 한 친구가 이렇게 말했다: "야, 이 사람이 대부 같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