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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 초계함 '천안함' 침몰




주말 밤에 날벼락처럼 급보가 전해졌다. 서해에서 우리 해군의 초계함인 천안함이 원인 불명의 이유로 침몰했다는 것. 아침이 된 현재, 승조원들 가운데 구조자 명단과 실종자 명단이 뉴스 속보를 통해 나오고 있는데 지금 정도의 수온이라면 실종자가 살아서 구조될 가능성은 매우 적을 것이다. 그래도 아까운 우리 젊은이들이 한 명이라도 더 많이 살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

이번 일에 대해선 뉴스 보도가 너무 많이 엇갈리고 있어서 과연 어떤 일이 벌어졌던 건지 추측을 해볼 수 있는 여지가 적긴 하지만, 그래도 제한된 정보를 토대로 몇 가지 가능성을 정리해보면,


1. 북한의 도발

북한은 최근 화폐개혁이다 뭐다 해서 민심이 꽤 흉흉한 상황이긴 하다. 이런 가운데 (남한으로부터의)금강산 관광도 막혀서 돈줄은 묶였지, 안 그래도 가뜩이나 또라이 짓거리 많이 하는 북한이니 무슨 짓을 해도 이상할 건 없다.

해상에서의 도발이라고 하면, 몇 가지 한계가 또 있다.

- 서해안은 수심이 굉장히 얕다. 과거의 간첩선 같은 반잠수정 정도 말고 어뢰 발사가 가능한 잠수함은 기동이 불가능.
- 어뢰 말고는 기뢰도 있다. 기뢰는 부유식도 있고 고정식도 있지만 NLL 남쪽의 '우리 구역'에서 기뢰 공격이...글쎄?

게다가 중요한 건, 어뢰/기뢰 혹은 일부에서 제기되는 것 같은 로켓포에 의한 공격이라면, 천안함이 배수량 1200톤급으로 무지 큰 함선이긴 하지만 몇 시간에 걸쳐 서서히 침몰할 리가 없다(그냥 삽시간에 꼴까닥 하고 말지).

아, 덧붙여서 서해안 백령도의 주민들이 함포 사격 소리를 들었다고 하는 이야기가 있는데 이건 해병대에서 발사한 조명탄 소리란 게 밝혀졌다. 그리고 접적지역의 주민이라곤 하지만 이들은 민간인. 모종의 정보(해군 함정이 침몰한다는)가 알려진 후 심리적으로 동요된 상태에서 혼동을 했을 가능성은 농후하다. 현재로선 북한이 도발한 것일 확률은 지극히 낮아 보인다.


2. 내부의 사고

인터넷에서 잠깐 살펴본 바로는, 천안함 같은 초계함은 폭뢰를 비롯한 대부분의 탄약을 함미 부분에 싣는다고 한다. 어쨌든 여태까지 알려진 바, 함미 부분 바닥에 구멍이 뚫린 것이 천안함의 침몰 원인이라고 하는데 그렇게 보면 확률은 제일 높아 보인다.

물에선 수증기란 게 피어오르는데, 기름에선 유증기란 게 피어오른다. 그런데 이 유증기가 무서운 건, 발화점이 일반 기름보다 더 높다는 것이다. 천안함이 원자력으로 움직이는 배도 아니고 분명히 엄청난 양의 디젤유가 탱크에 보관되어 있었을 텐데 여기부터 발화가 시작되어 함미 부분의 탄약에 옮겨붙었다는 시나리오이다.

사실 이 시나리오가 신빙성이 높아 보이는 이유는 하나 더 있다. 이미 승조원 가운데 절반 정도는 구조가 되었고, 이들 중에 그나마 상태 괜찮은 몇 명 붙잡고서 물어본다면 도대체 뭔 일이 있었는지 실마리 정도는 알 수 있는 것 아닌가? 사고 12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정확한 원인은 불명이다.

군 내부에서 외부에 밝히기 꺼리는(기강 해이라든지 기타 등등) 모종의 내용으로 뭔가를 덮으려는 게 아닌가 하는 낌새도 있다. 따라서 이 부분의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3. 외부의 사고

암초에 충돌한 게 아닌가 하는 지적도 있는데, 그렇게 되면 상식적으로 생각했을 때 함정의 앞 부분이나 옆 부분에 손상이 가지 스크류가 붙어 있는 함미 부분에 손상이 가진 않을 것이다. 이건 뭐 암초가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도 아니고. 게다가 백령도 근처의 서해는 주지의 사실처럼 수심이 무지 얕은 '뻘바다'에 가깝다. 이런 곳에서 작전을 하려면 필시 경험이 많은 노련한 함장이나 항해사(해군에서도 이런 표현을 쓰는지는 모르겠으나;;)의 능력이 필요할 것.

그런데 수십 년 동안 전혀 없던 '암초 충돌 사고'가 생겼다? 그것도 서해에서? 이건 그럴 듯한 추측이라고 보긴 힘들다. 물론 지금까지 없었던 사고는 언젠간 일어난다는 말은 있다(얼마 전 우리나라 축구대표팀이 중국에 졌다;; 이런 게 바로 사고다). 그렇지만 2번 시나리오에 비한다면 역시 신빙성이 떨어진다.


이상 어젯밤 있었던 천안함 침몰 사고에 대해 몇 가지 추측을 해봤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아직 실종 승조원들이 다 구조되지 못했다는 점이 가장 가슴 아프다.


그리고 또 드는 엉뚱한 생각들.

- 오늘은 2010 프로야구 개막일. KBO에선 올해 650만 관객을 모으겠다고 호언했는데 첫날부터 약간의 흥행 차질이 예상된다.
- 6월2일 지방선거가 불과 코앞이다. 여당과 야당에선 어떤 생각들을 하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