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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

빌렘 플루서(Vilem Flusser)를 보다



최근 들어서 이것저것 바쁘다는 핑계로 책 읽기를 좀 게을리한 것 같아서 몇 권 알라딘에서 구입을 했는데, 참 오랜만에 평론집과 논픽션, 르포 등등 술술 읽히는 소설이 아닌 비소설을 구입해서 보다 보니 아무래도 진도가 좀 늦은 편이다. 소설 같은 경우 모르고 지나친 부분이 있어도 나중에 인터넷에서 찾아보거나 하다못해 누구한테 물어보기라도 할 텐데 이렇게 '각 잡고 읽어야 하는' 책은 좀 다르지 않나.

아무튼 그렇게 해서 최근에 산 책들 중 '나쁜 사마리아인들', '만들어진 신' 이 두 권은 너무 두꺼워서;; 좀 나중으로 미루고 그나마 가볍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은 얇은 책을 먼저 집어들게 되었는데, 이게 책 두께는 가볍지만 영 가벼운 책이 아니더군.




왼쪽부터 발터 벤야민의 저작과 빌렘 플루서의 저작 두 권이다. 벤야민 같은 경우 '기계복제시대의 예술작품'이란 멋드러진 제목의 논문은 들어보긴 무지 많이 들어봤는데 아무래도 본격적으로 들어가긴 좀 난해할 것 같아서 단평 위주로 묶은 얇은 책을 사게 됐다. 그래도 그 특유의 비유가 영 와 닿질 않는다. -_-;; 이런 젠장 머리가 빈 게야(그래도 '사유의 유격전을 위한 현대의 교본'이라는 부제는 참, 제대로 간지;;도 나면서 책의 내용을 일목요연하게 잘 정리해주는 듯하다).

그리고 최근에야 이름을 듣게 된 '미디어 철학자', 빌렘 플루서에 흥미가 생기기도 했다.




벤야민 이후, 마샬 맥루한 이후라는 이야기를 듣고서 '회가 동하지 않는다면' 어찌 왕년에 한 때 글밥을 먹고 살았으며 앞으로도 글밥을 먹을 작정을 하는 이의 자세라 하겠는가. 게다가 요즘은 대한민국의 유사 이래 내가 철 들고서 거의 처음으로 권력의 언론 장악이라는 화두가 첨예하게 대두되는 때. 주위가 불안하고 매사가 찜찜한 때에는 역시 석학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지어다.

빌렘 플루서의 '디지털 시대의 글쓰기'와 '사진의 철학을 위하여'는 지금 두 권을 동시에 읽고 있는데 아직 초반 정도밖에 진행(?)하지 않은 상태지만 그가 이야기하는 바를 대략 간추려보자면 다음과 같다: 현대 사회는 이미지로 모든 것을 대변할 수 있으며 문자의 시대는 종말을 고하게 된다.

이쯤 되면 진중권이 그의 최근 저작에서 빌렘 플루서라는 이름을 언급한 이유를 어렴풋하게나마 알 수 있을 듯. 개인적으론 빌렘 플루서의 비전에다 장 보드리야르의 아이디어를 하나로 묶거나 헤쳐모여를 시키면 참 재미있는 덩어리(?)를 하나 빚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