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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의 강진, 그리고 바첼레트 대통령



지구상의 나라들 중 땅덩어리가 가장 '긴' 나라이면서, 대한민국 영토와는 대척점에 있어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 나라이기도 한 칠레에 지난 달 27일 강력한 지진이 발생해서 인명 피해가 많이 났다. 피해를 입은 분들께 위로를 전하며, 또 역시나 복구를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이들에게도 경의를 표한다.

칠레의 강진에 관한 기사를 읽다 보니 현직 대통령인 미첼레 바첼레트 대통령이 퇴임을 얼마 남겨놓지 않고서 피해 복구를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등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는 기사가 눈에 들어왔다. 그렇게 바첼레트 대통령에 관한 이야기를 보니 또 옛날 생각이 나서 몇 자 끄적.



사진 왼쪽이 바첼레트 대통령. 영화 <미저리>에 나왔던 케시 베이츠 약간 닮은 듯?!
참고로 오른쪽은 아르헨티나의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즈 대통령



지난 1973년, 칠레의 대통령이었던 살바도르 아옌데는 구리 광산의 전면 국유화를 발표했다. 이에 미국의 사주를 받은 것이 불 보듯 뻔한 군 장성 피노체트가 쿠데타를 일으켰고, 대통령궁 내부에서까지 살벌한 총격전이 벌어졌는데(이 때 아옌데 대통령은 카스트로가 선물한 소총을 들고 직접 총격전에 뛰어들기도 했다) 결국 쿠데타군의 총탄에 역사상 최초로 '선거를 통해 집권한 사회주의자 대통령'이었던 아옌데는 목숨을 잃는다.

그리고 쿠데타군은 칠레의 공영방송까지 접수하고는 거사의 성공 암호였던, '산티아고에 비가 내린다'는 내용을 하루 종일 방송하도록 하게 한다. 여담이지만 이 쿠데타가 성공하고 난 다음 칠레에선 불과 1주일 사이에 3만 명 이상이 행방불명되거나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한국의 상황과 참 비슷하지 않은가?!

바로 이 사건에서, 끝까지 아옌데를 옆에서 지키며 결국 쿠데타군의 총탄에 목숨을 잃은 공군 장성이 하나 있었는데 그가 바로 바첼레트 현 대통령의 아버지였던 것.

쿠데타에 성공한 피노체트는 아옌데의 가족들은 물론이고 당시 쿠데타의 반대 진영에 섰던 인물들과 그 가족들까지 모두 체포하거나 국외로 추방시켜버렸다. 바로 그 때 미첼레 바첼레트도 미국으로 이사를 했고 이후 꾸준히 반 피노체트 운동을 벌였다. 참고로 피노체트는 지난 2006년에 사망했는데 사망 직전에는 집도 팔고 심지어는 군 시절 받았던 훈장까지 팔아서 하루하루 연명을 해야 할 만큼 '안습'이었다.

지난 2006년 라틴아메리카를 휩쓴 소위 '좌파 정부의 대유행(?)'을 살짝 등에 업고 대통령에 당선된 바첼레트 대통령이 말년에까지 고생을 하고 있다니 그저 안쓰럽다. 지진의 피해가 하루 빨리 복구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