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ooks

빌 브라이슨의 발칙한 유럽산책




<거의 모든 것의 역사>를 처음부터 끝까지 본 건 아니지만, 이 방대한 저작물을 쓴 사람이 도대체 어떤 사람인가 궁금하긴 했다. 그 책에서도 군데군데 블랙 유머를 발견할 수 있었는데 바로 이 책, <빌 브라이슨 발칙한 유럽산책>에선 아예 작심하고 독자들을 포복절도하게 만들 현란한 속사포를 쏘아댄다.

예컨대 이런 식이다. 20여 년 전, 저자는 대학 동창과 유럽 여행을 간 적이 있는데 그 때 친구는 유럽의 미녀와 하룻밤을 지낼 요량으로 여자들에게 이렇게 뻐꾸기를 날린다는 것이다: "실례합니다만, 제가 뭔가를 15cm 옮길 건데 좀 도와주시겠어요?" "뭔데요?" "정액 42g이요"

그리고 호텔에서 저녁을 먹으면서 보는 책은, 14세기 유럽에 창궐한 흑사병에 관한 논문으로, 그 제목에서부터 풍부한 상상력을 확인할 수 있는 '흑사병'이란 책이다;;

역자 후기를 보아하니 영국에 사는 미국인 저널리스트인 이 책의 저자는 자신의 정치적인 성향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는 등 누구하고도 쉽게 친해질 수 있는 사람은 아닌 모양인데, 단 확실한 것 하나는, 그의 저작물 가운데 바로 이 책 <빌 브라이슨 발칙한 유럽산책>은 누가 읽어도 대략 10분에 한 번씩은 배꼽을 잡고 웃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이 책이 저자의 유럽 여행기이긴 하지만, 특별히 여행지에 대한 정보를 많이 담고 있는 것도 아니고, 그 빈약한 정보마저 10여 년 전의 것이다. 이 책은 유럽으로 여행을 떠나기 전에 '정보를 확인하고자' 보는 책이 아니며, 그냥 추운 날씨에 뜨뜻한 방바닥에 엎드려서 낄낄대며 보기에 딱 좋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