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Etc

추노의 '언년/혜원'이 아쉬운 이유



지난 주 <추노>에서 '출생의 비밀'에 대한 내용이 나왔을 때 솔까말 좀 웃긴 건 사실이었다. ㅋㅋ 사랑하는 사이의 두 사람이 알고 보니 남매였다는 거, 떡밥 중에서도 완전 쉬어 터진 떡밥 아닌가.

근데 뭐 그것만 갖고서 조롱하거나 하고 싶진 않다. 그리고 극중에서 언년의 오빠인 큰놈이의 말마따나 "한 집 건너 하나씩은 있는 일"이었을 테니.

지금의 <추노>에서 아쉬운 것이 하나 있다면, 그것은 바로 '언년/혜원'이라는 점. 이것은 이다해의 연기력에 관한 이야기도 아니고 정말 얼토당토않은 이유(예컨대, 촌각을 다투면서 도망을 다니는데 얼굴은 항상 뽀송뽀송하다는 것 등등)로 매도하는 것도 아니다. 그런 것과는 차원이 다른 이야기.

즉, 현재 <추노>의 극 진행 구도에서 언년/혜원에겐 별다른 역할이 주어지질 않고 있다는 것이다.

카메라 너머의 저 멀리 어딘가를 바라보며 한숨을 짓는 장면 외에 언년/혜원이 할 수 있는 액션이란 게, 따지고 보면 사실 별로 없다. 극 초반에 신혼 첫날밤을 박차고 나와 남장을 하고서 유람에 나섰을 때만 해도, 조선시대로선 보기 드물게 '스스로의 삶을 선택하는 여성상'을 볼 수 있겠구나 기대했던 것이 사실인데 너무나도 강렬한 두 남자 주인공 사이에서 말 그대로 '휘둘리다' 보니 아주 적나라하게 말해서 이도 저도 아닌 캐릭터가 된 것이 지금의 언년/혜원이 아닌가.

현재의 상황에 대해 언년/혜원 역할을 맡은 이다해도 사실 안타까울 것이다. 물론 아직까지 극중의 그녀는 대길이 죽은 줄로만 알고 있는 상황이고 이야기가 어느 정도 진행되고 난 다음엔 대길이 서슬 퍼렇게 살아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면, 자신만의 카리스마랄까 하여튼 연기력을 발휘할 수 있는 여지가 더 주어질 텐데... 그 때를 기다리는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