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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s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의 유쾌함





영화를 보고 나서, 감탄했다. 타란티노란 인간은 어쩌면 저렇게 아무것도 아닌 농담을 2시간이 넘도록 쉬지도 않고 해댈 수가 있을까. 사실 이건 대단한 능력이다.

나치를 잔인하게 '학살'하고 다니는 미군 특수부대의 이야기에 별안간 타란티노가 꽂힌 이유는 또 뭘까. 아주 솔직히 말하자면 별다른 생각 따위 하지 않았을 것 같다. 전쟁의 참상을 고발한다든가 아니면 실제 역사와는 다른 대체 역사의 가치 같은 것들은 그냥 타란티노에게는 애초부터 고려의 대상이 아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심지어 이 '미친 개떼들'은 스스로의 힘으로 2차 세계대전을 그냥 끝내버린다. 이 정도 수준의 농담을, 이전까지는 어떤 영화에서도 본 적이 없다.

그런데 결국 그게 가능했던 '판'은, 시나리오와 연출을 모두 겸한 타란티노가 영화를 무진장 사랑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공간으로서 기능한다. 바로 영화관. 사실 선전선동의 달인 괴벨스가 2차 세계대전을 전후로 펼친 활약(?)을 생각하면, 영화 속에 나왔던 것 같은 '작전명 시네마'도 어쩌면 가능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고.

그리고 영화 속에서 영어 자막이 가장 많이 나온 영화가 조지 클루니 주연의 <시리아나>였다고 하는데, 아마도 <바스터즈>가 그 기록을 깰 것으로 보인다. 안 그래도 수다스러운 대사가 많은 타란티노의 영화인데 이번엔 아예 4개국어가 총출동을 한다. 과문한 이의 귀로 듣기로도 거의 완벽한 발음으로 영어는 물론이고 독일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까지 넘나든 한스 소령 역의 크리스토프 왈츠는 단지 외국어 발음만 뛰어난 것이 아니었다(그는 <바스터즈>로 깐느에서 남우주연상을 탔다고 한다).

어쨌든 코드가 맞는 사람에게는 아주 유쾌한 영화가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코드의 범위는 확실히 <펄프 픽션>이나 <킬빌> 보다 훨씬 더 넓어졌다. 그래, 영화란 게 그렇게 골치 아프게 생각할 만한 것은 아닐 수도 있다.

P.S:
쇼사나 역을 맡은 배우가 인상적이어서 검색을 해보니 이름은 멜라니 로랑이라고 하고 프랑스 출신이다. 윤곽이 또렷한 게 극단적인 클로즈업도 잘 받게 생겼을 뿐더러 미모 자체가 아주 뛰어나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