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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편안한 곳으로 안녕히 가시길



인공호흡기 떼자 할머니 눈에선 눈물이 (문화일보 기사)

오늘 오전 대한민국 사상 최초로 존엄사가 시행되었다. 가족들도 적지 않은 시간 동안 적지 않은 고통을 겪으면서 심사숙고해서 판단한 결과일 텐데, 그런데,

정작 인공호흡기를 떼자 할머니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는 기사를 보고는 숙연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저 편안한 곳으로 안녕히 가시길 바랄 수밖에.

병 수발 3년 앞에 효자, 효부 없다는 말이 있다. 오죽하면 '호상'이라는 말까지 있을까. 실제로 주위에서도 비슷한 경우를 지켜본 터라 처음 존엄사에 관한 논쟁이 있었을 때 생명유지장치에만 의존하는 삶이란 의미가 없으며, 이를 인정해야 한다는 생각이었지만, 막상 시행되고 나니 그래도 가슴 한 구석이 아련하다. 마치 내가 유족 중 하나인 것처럼 느껴진다.

그런데 만약 생명유지장치를 통해 연명을 하는 이가 부모가 아니라 자녀였다면 어땠을까? 부모라면 자식의 '죽음'에 동의할 수 있었을까?


영화 밀리언 달러 베이비에 존엄사에 관한 내용이 나온다. 매기(힐러리 스웽크)가 시합 중 사고로 불구의 몸이 되자, 자신에겐 부모 이상이었던 프랭크(클린트 이스트우드)에게 자신의 생명을 끊어달라고 부탁한다. 그리고는, 주사를 통해 '그렇게 한다'.

영화 속 프랭크의 선택은 과연 옳은 것이었을까? 아니 그 이전에, 매기가 스스로를 죽음으로 내모는 것은 과연 옳은 것이었을까? 영화를 다시 봐야 되겠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이제 30년 넘게 살아온 내가 '죽음'이라는 대상을, 온전히 객관적인 태도로 바라보는 것이 무척 어려운 일이라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