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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

최근에 읽은 책들 몇 권

 

 

 

 

최근 얼마간, 일이 좀 많다는 핑계로 블로그 포스팅은 게을리했지만 나름 책은 꾸준히 읽었다. 책을 사서 보는 게 아니라 동네 도서관에서 빌려서 보다 보니 거의 의무적으로 읽게 되더군. -_- 어쨌든 진득하게 곱씹으면서 음미할 필요가 있는 책들보단 빨리빨리 휙휙 볼 수 있는 소설을 좋아해서 여러 권을...

 

 

<브라질에서 온 소년들>

거칠게 말하자면 로버트 해리스나 빈스 플린 같은 모던 스릴러 작가들에게 큰 영향을 끼쳤을 것만 같고, 이런 장르에선 마치 교범처럼 통하는 작품인 만큼 탄탄한 구성과 캐릭터가 인상적이다. 다만 후대 작가의 '비슷한' 작품들을 먼저 보고 난 터라 아이라 레빈에게 괜히 미안해지는 느낌;;

 

전세계에 퍼져서 얼핏 전혀 공통점이 없어 보이는 인물들을, 각각 정해진 날짜에 살해하라고 사주하는 사람은 나치의 잔당이다. 그 이유는 실행을 하는 킬러들에게도 전혀 알리지 않는다. 그리고 전혀 공통점이 없어 보이는 전세계의 살인사건(이기도 하고 대부분은 사고사로 위장한)을 추적하는 경찰이 나온다.

 

앞서도 이야기했듯이 이와 비슷한 구성의 작품을 워낙 많이 읽은 터라 조금은 낡은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이게 원전임을 연상하면서 읽다보니 그 재미가 또 솔솔했다. 특히 그 쌉싸름한(?) 결말이란!

 

 

<하루하루가 세상의 종말>

어느 날 갑자기 세상엔 좀비가 창궐하고, 이에 맞서 홀로 살아남기를 시도하는 한 군인(작가인 J.L.본은 실제로 현역 미군 장교라고 한다)이 거의 매일매일 남기는 절절한 일기. 뭐 특이한 내용 같은 건 없는데(정말 특이하다면, 2권 말미에 나오는 좀비의 창궐 이유랄까... 참 나;;; 왜 이런 이야기를 하냐면... 보면 안다;;;) 킬링타임 용으로 아주 좋은 작품.

 

다만 비슷한 내용을 다뤘던 맥스 브룩스의 '세계대전 Z'나 '좀비 서바이벌 가이드'에 비하면, 조금은 더 실전적(?)으로 참고;;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 아마도 작중 주인공이 군인이고 실제로 작가 또한 현역 군인이기 때문인 듯.

 

 

<그래스호퍼>

원래부터 이사카 코타로는 좋아했다. 특유의 씨니컬한 분위기가 딱 글쓴이의 취향. 참 희한한 킬러들이 '멀쩡하게' 잘도 생업에 종사(?)하는 광경이 그냥 소 닭 보듯 닭 소 보듯 데면데면하게 그려지는 게 딱 이사카 코타로 답다. 이런 사람이 골든 슬럼버 같은 작품은 또 어떻게 썼는지 궁금하지만, 그의 초기작들에 속하는 명랑한 갱들 이야기나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 같은 작품을 생각하면 뭐 또 이상하지도 않고.

 

 

<종말의 바보>

역시 이사카 코타로의 작품인데, 작중의 시간으로부터 3년 후면 초거대 운석이 지구에 들이닥쳐 결국 세계는 멸망한다는 내용. 모든 사람이 앞으로 살 날이 대략 5년 정도 남았다는 발표가 나고선 전세계의 사람들은 단체 멘붕;;을 겪는다. 그러고서도 대략 2년 정도의 시간이 흐른 후의 이야기.

 

이사카 코타로답게, 등장인물 주변의 인물들이 자살을 하고 생필품을 사러 나갔다가 군중에 압사당하고 하는 이야기가 그냥 지극히 평이하게, 마치 지하철의 역 안내 멘트처럼 건조하게 그려진다. 그래도 살 사람은 살아야지.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 그리고 모던 타임스를 읽고 나서 이사카 코타로에 빠진 이후 그의 여러 작품들을 보고 있는데 정작 대표작이라고 하는 마왕은 아직 못봤다. 빨리 봐야지...